2012.8.26.일 흐림.
위력이 센 태풍이 곧 서해안으로 상륙한다는 일기 예보.
연일 늦장마가 오락가락하였는데 모처럼 비는 내리지 않았다.
습기는 가득 머금은 공기는 산중턱을 오르기 까지 계속 후덥지끈.
지난 밤 배탈이 나서 고생하였던 난희가 영 맥을 못 쓴다.
덕분에 매일 꼬랑지 신세를 면하지 못한 내가 오히려 기다려 주었다.
정상에서 누가 날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쉬엄쉬엄가지....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얀 산봉우리가 그나마 처지는 마음을 부추겨 준다.
도봉산역에서 부터 거의 떠 밀리다시피 하는 사람의 물결.
일요일이면 사람의 물결에 산이 멀미를 하지 않을까?....걱정스럽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 탓이겟지?
우이암 오르는 길목에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건너편의 하얀 5봉을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땀을 식힌다.
겨울에는 이곳이 가장 추운 곳이라고 하였다.
내가 처음 서울로 이사하여 혼자서 산행을 한 곳이 바로 이 등산로였다.
그때는 동행하는 친구도 없이 혼자서 평일날 산행을 하였으므로
서울에 지하철을 이용하여 호젓이 즐길 수 잇는 이곳이 정말 좋았다.
우이봉에는 바위위에 줄을 연결하여 건너편으로 옮겨가는
암벽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붙어 있었다.
바라만 보아도 손에 땀이 나는데 자세히 보니 여자들도 있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극복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인가?
나는 이제 몸도 마음도 늙어 그저 안전한 것이 가장 좋다.
점심을 먹을적에는 너럭바위에 햇볕이 가득하였는데
어느덧 바위 그림자와 솔 그림자가 내려 덮혀,
우리는 점심을 먹은 자리를 정리하여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더 없이 넓고 높아 보였고,
허리 아래의 인간 세상은 한바탕 꿈처럼 아득하였다.
솔향기 솔솔 스며드는 나무아래 누워 있으니
세상 모든 욕심 다 버리고 마냥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숨은 계곡을 찾아드니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에 썩인 우리 민요 가락이 들린다.
여자 3분이 아무도 없는 이곳에 숨어서 소리공부를 하는 모양이었다.
노래소리와 우리의 웃음소리가 물소리에 씻기어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 듯 하였다.
해가 설핏 기울 무렵에야 휘적휘적 산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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