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5.일 맑음.
연일 기세를 부리던 한파가 토요일 오후부터 주춤.
와. 선자령 칼바람도 제법 누그려지겠구나.
나이들수록 추위가 힘들어 추운 날에는 아예 집안에서만
동동거리게 되었는데 정말 다행이구나.
배낭에서 털모자와 스키 장갑도 빼놓고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다.
그러나 역시 강원도의 산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둥그스럼하게 부푼 누구의 배(?)같은 편안한 구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야말로 날카로운 고양이의 발톱같았다.
혹시나? 하고 넣어온 머플러를 둘려쓰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하얀 눈밭에 쏟아진 햇살은 눈부셔 눈을 뜨기도 힘든데
선그라스를 찾아 쓰는 것도 귀찮아 그냥 앞만 바라보고 걸었다.
언덕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는 이국적 정취를 더해 주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등에서는 땀이 났지만 손끝은 여전히 시렸다.
나무가지에 덮힌 설화를 기대하였는데 햇살이 좋아서인지
나무 가지의 눈꽃을 볼 수 없어 조금은 서운하였다.
(언제쯤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으려나?....)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허리까지 묻혀버리는 하얀 눈.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없어 고생ㅋㅋ)
산길은 출근시간의 체증처럼 사람으로 밀려 속도는 떨어지고,
가도 가도 끝없는 하얀 눈길....이제 그만 돌아서 하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산행 대장님은 하산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었더니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선자령 비석.
드디어 도착하였구나. 그래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지?
기냠사진 찍고 언덕을 돌아가도 역시 생리현상을 해결할 장소는 없다.
어쩌나.....이러다가 그냥 싸버리면 고드름이 될텐데....
몸하나 숨길 곳 없으니 이런 생리 해결이 가장 힘들구나.
드디어 사람의 눈을 피해 해결을 하고 나니 어찌나 시원한지....
5~6명씩 조를 나누어 비닐 천막을 치고 점심을 먹는데
바람이 막힌 곳에 앉으니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햇살이 도타웠다.
그래도 건너편 친구들은 속닥한 분위기를 즐기는 건지
비닐 천막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속에서 부스럭거렸다.
ㅎㅎ우리 학창 시절 친구네 아래목에 남학생 여학생 함께
이불속 발목 집어 넣고 놀았던 그 추억을 즐기는 건가?
햇살아래서 느긋하게 점심 식사후 후식과 커피까지 즐기고 하산 준비.
작은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고 뒷정리 깨끗히 하고 일어서는 우리 친구들.
서로서로 배려해 주고 격려해 주는 내 친구들 모두 멋쟁이들이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ㅎㅎ
(오늘도 한마음 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날)
등산로에 어린 솔가지들이 듬성듬성 누워있어
큰소나무에서 떨어진 것인가? 하고
손으로 당겨보니 모두 새로 심은 묘목들이다.
소나무들은 겨울에도 푸른잎들을 달고 있으니 눈의 무게에
저렇게 옆으로 기울어지는가 보다.
어떤 소나무들은 가지가 뚝 부러진 것들도 보였다.
우리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통에서 정면으로 대결하지 말고 약간 기울이면 저 어린 묘목들처럼
푸르게 살아 갈 수 있겠구나.....
오늘도 산에서 또 인생을 배운다.
버스 하차장은 많은 차량으로 붐벼 우리가 탄 차는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모두 모자와 가리개로 칭칭 감았으니 누가 누군지?
입구에서 부터 풍성한 눈세계가 펼쳐졌다.
친구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준 종호친구는 장갑도 끼지 않아 손시렵겠다.
비탈의 나무들.
선자령을 향하여.
우리 2조의 대장 경자. 걸음이 느린 나와 보조를 ㅂ맞추느라 힘들었지? 고마워.
드디어 이제 곧 정상.
많은 인파....
눈부신 햇볕에 내 얼굴 다 익어 버렸다.
운무에 쌓여 강릉 바다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해용아. 솥째 가져가서 머하노?
이 친구들 우리는 짐을 다 챙겨도 천막을 걷을 생각도 않고....
언제나 정이 많은 다정한 친구.
와. 등뒤의 하늘이 티벳의 하늘같구나.
오래만에 참석한 멋쟁이 친구.
점심시간.
태양을 겨낭한 사나이?
불암산에서 나를 도와준 친구.
언덕을 넘어가면? ㅎㅎ
버스에서 나와 동석한 친구.
완만한 언덕위로 펼쳐진 파아란 하늘.
남자들은 뒤로 돌아서서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할까?....
아직도 멀었구나....
눈으로 덮힌 개울.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
개구장이 산행대장.
이 친구는 누구?
다시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친구들의 대열이 멋지다.
지난 여름에 왔을 적 양들이 가득 하였던 대관령 목장.
눈의 무게에 부러진 키 큰 소나무.
뒤돌아 온 대관령 목장 옆으로 난 길.
눈세상이 끝난 곳에는 어느새 둥근 달이 둥실~~~!
다정한 두 동창생.-등뒤로 보름을 하루 앞둔 둥근달도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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