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봄빛 아른한 북한산

푸른비3 2011. 4. 23. 22:51

2011.4.23.토.맑음.

산행 코스 : 불광동-백화사-의상능선-대남문-구기동

 

 

중간 고사 기간이다.

어제 밤은 9시와 11시 두과목의 시험을 치르고  늦은밤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저녁 8시에도 <가족복지학> 시험이 있으므로 오늘 산행을 망설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강의 노트를 메모를 하며 읽어 보았다.

정말 애매한 과목이어서 읽어 보아도 머리에 남는게 별로 없다.

 

그래. 그만 몸을 털고 산으로나 달려가자.

설거지도 못하고 달려 나왔는데 또 지각이다.

 

우리집에서 불광역까지 1시간 예상을 하였는데 10분이 더 소요되었다.

산행대장님께 10분쯤 지각하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약속장소로 나오니

다른 일행은 먼저 34번 버스를 타고 떠나고 산행대장님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는데 다행히 앞좌석이 비어있었다.

 

곧 버스는 만원이었다.

좀전에 노부부가 버스에 올라 탔는데 바로 내 좌석 뒷편에 서는게 아닌가?

아무도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른척하고 짐짓 창밖으로만 시선을 두고 가려니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백화사 정류소에서  내리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몸이 좀 괴로워도 그냥 내가 자리를 양보해 줬더라면 좋았을것을.....

 

먼저와서 기다리는 내 친구들.

난희. 혜자. 정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오늘 처음본 친구.

그저 만나면 반가운 내 친구들.

 

어제 내린비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의 촉감이 전해졌다.

막 솟아나는 새순의 비릿하고, 향긋한 숲의 냄새

얼굴을 드니 눈앞이 환하였다.

 

마치 환희의 송가라도 부르는듯 하얀 목련 꽃잎이 눈부시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 읽노라....

가곡의 선률을 흥얼거리며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시에 다투어 피어난 봄꽃들.

개나리,진달래. 목련 벚꽃.....

아, 그래. 이 눈부신 봄의 향연을 함께 노래하고 즐거워 해야지.

멀리 하얀 산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영화속 장면처럼 아련하고 환상적이다.

 

일년 4계절 어느 때라도 장엄하고 수려한 자태의 북한산이지만,

오늘 오른 의상 능선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그야말로 금수강산이다.

멀리, 가까이에 수려한 봉우리들을 왕관처럼 두르고 있다.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노적봉. 백운대. 의상봉.등등.

비단 치마를 펼쳐 놓은 듯한 치마바위를 바라보며 나는 연신 감탄사를 터트린다.

저멀리 비봉. 그 뒤로 사모바위.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의상 능선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친구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절대 내가 오를 수 없는 난코스였다.

한고비를 오르고 나면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가 몸과 마음을 식혀준다.

 

친구들은 산타는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고 격려해 주지만,

여전히 내 몸은 무겁고 높은 바위앞에서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하얀 벚꽃과 신록이 어울려져 한폭의 그림이다.

 

점점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무엇보다 내가 힘들어 하였기에

원래의 계획을 바꾸어 대동문에서 진달래 가득한 쉬운 길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우아하게 절의 마당에 펼쳐진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정우친구가 절의 공양간에서 얻어온 카레에 밥을 비벼먹었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이제 그만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서 2시가 넘었는데 지금 서둘러 집으로 내려 가야

책이라도 한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친구들이 허락을 해줘 나 혼자 다시 북한산 계곡으로 내려왔다.

 

내가 가지 못한 진달래길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내가 내려오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다 팔려 버렸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혼자서 감탄을 거듭하며

오늘 산에 오기를 얼마나 잘 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북한산에 봄이 찾아 오겠지만

올해의 이 감동은 내년의 봄에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를 것이기애....

함께 산행한 내 친구들,

오늘 덕분에 참 즐거웠다. 고마워.

 

 

목련꽃 그늘아래서.....

배르테르의 편지 읽노라.....

눈부신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봄햇살 잘드는 양지녁의 야트막한 집.

 

산어귀의 어느 양반집인가?

 

이정표.

 

안내도.

 

봄은 어디에나 골고루 생명의 빛을 밝힌다.

 

이상한 모양의 나무 등걸.

 

오늘의 산행코스는.....

 

밝은 미소의 내 친구들.

 

좀 더 정다운 포즈로.

 

혜자와 난희.

 

저기가 어디라고?

 

산행대장과 함께.

 

멋진 포즈의 산행 대장.

앞에서 끌어주고 도와주고 힘 많이 들었지?

오늘 정말 고마웠어.

 

그냥 바위만 보면 오르고 싶은 본능.

 

드디어 성공.

 

토끼바위.

 

정말 토끼의 귀같아.

 

모두 서봐~!

 

처음 만난 친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해.

 

아슬아슬....

 

난희.

 

혜자.

 

위에서 내려다 본 토끼바위

 

바람에 머리칼 날리고.

바람

저 건너편은 어디?

 

험난한 산행은 계속되고.

 

옛산성의 흔적.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되고.

 

정말 무서웠어. 앞에서 끌어주지 않았다면 도저히 못 오를 것 같았지.

몸이 자꾸만 뒤로 쏠리고 발걸음은 안 떨어지고....

 

치마를 펼쳐 놓은 듯한 치마바위.

 

뾰족한 바위들이 왕관같아.

 

아스라히 계곡에는 여러개의 사찰이 들어 앉아있고.

 

헤자.

 

치마바위. 의상봉?

 

저 멀리 보이는 저 봉우리는?

 

좀 더 당겨서.

 

여기서 점심 먹을까?

 

저 멀리 능선에도 꼬물꼬물 사람들이....

 

 새로 단장한 북한산성.

 

 가사당 암문.3독수리.

 

 마치 조각보처럼 잘 마무리된 성곽.

 

 국녕사 대웅전.

 

 대웅전아래의 큰 불상.

 

 

 어마어마한 불상이다.

 

 공양간에서 얻어온 카레.

 

 우아한 점심식사.

 

귀여운 불상들.

 

금낭화.

 

?

 

 

 

연보라 진달래빛이 환상적이다.

 

이곳에서부터 내 마음은 집으로....

 

잠깐만....친구들아.

 

나 여기서 기념사진 같이 찍고 먼저 내려갈께.....

 

나 혼자의 하산길.

 

맑은물이 쉬임없이 흐르고.

 

새순으로 온통 연한 녹색 세상이다.

 

오늘이 지구의 날이라네.

 

저 길을 가면 어디가 될까?

항상 가지 못한 길은 동경의 대상이다.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

 

사람도 꽃과 하나되어.

 

어점 바위와 물이 이렇게 잘 조화로운지?

 

내가 내려온 계곡이 북한산성계곡인가?

 

물건너 하얀 벚꽃이 꿈속 같다.

 

뒤돌아보니 치마바위가 활짝 치마를 펼쳐두른듯하다.

 

하얗게 흔들리는 벚꽃만 보면 내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안녕. 북한산아.

영원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