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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궁(迷宮) - 가야금 : 황병기, 목소리 : 홍신자

푸른비3 2010. 10. 16. 05:40

▲ 음반 '미궁'(迷宮)

 

황병기 가야금 작품 '미궁'(迷宮)

 

“미궁은 전통음악에서 완전히 벗어나 초현대적인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문명 이전의 인간,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한 주기, 언어 이전의 소리를 표현하고 싶었어. 미궁은 내 곡 중에서도 아주 특별난 연주란 말야. 내가 원래 전위적인 예술을 좋아해서 1960년대서부터 백남준씨랑 친했어요. 아마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 1975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미궁'(迷宮) 초연 장면

 

<미궁(迷宮)>은 1975년 10월 7일 공간사 주최 현대 음악제인 에서, 작곡자 자신의 가야금과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인성(人聲)으로 초연되어, 한국음악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문제작이다.

 

<미궁>은 가야금의 최저현(最低絃)을 활로 때려서 진동하는 신비로운 음향으로 시작된다. 초혼(招魂)을 하는 듯한 인성이 나타나, 가야금과 인성의 대화로 전개되면서, 하나의 파고(波高)를 만든다. 문득 가야금의 최저현에서 피아니시모로 트레몰로가 나타날 때부터 인성은 허밍으로 메아리친다. 가야금의 트레몰로가 차츰 높은 음역으로 상승하여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면 인성도 멎는다.

 


▲ 리마스터링 음반의 앞면

 

가야금에서 문득 웃음 소리같은 음향이 시작되고, 이에 호응하듯 인성이 심연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어 두 소리가 엉겨진다. 그러나 웃는 소리는 어느덧 우는 소리로 변하는가하면 여전히 웃는 소리로 남아 있어서 웃는 듯 우는듯한 절박한 상황을 이룬다.

 

웃음소리가 사라지면서, 정적 속에서 두 개의 장구채로 가야금의 뒷판을 비비는 소리와 함께 인성의 비장한 신음 소리가 계속된다. 가야금의 두 줄 사이에 거문고의 술대(볼펜 크기의 대나무 막대)를 찌르고 흔드는 조그만 소리가 차츰 커져서 마치 싸이렌 소리처럼 고조되면, 인성의 신문 기사를 읽는 소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읽는 소리의 발음이 점점 흐트러지고 급기야 절규하는 소리로 변한다.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가야금의 안족(雁足)들을 장구채로 맹렬히 연타(連打)하는 충격적인 음향이 연발하고 강렬한 톤 클러스터(音塊)가 모든 음향을 삼키면서 정적으로 변한다.

 


▲ 리마스터링 음반의 뒷면

 

겁에 질린듯 멎었던 인성이 몽유병자 같은 노래 아닌 노래를 흥얼대고, 가야금의 괴기한 리듬이 노래를 뒷받쳐 준다.

 

활로 가야금 줄 전체를 문지르는 음향과 인성에서 다문 이빨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섞여져서 지금까지의 모든 체험을 씻고 아득한 피안의 세계로 향한다.

 

드디어 <미궁>의 마지막 부분이 시작된다. 가야금의 최저현을 활로 가볍게 때리는 소리가 이 곡의 시작할 때를 상기시켜 주면서,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주문(呪文)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숭아제 모지사바하 옴->을 읊는 성가(聖歌)가 가야금의 점묘적(點描的)인 반주로 흐른다.

 

사실 <미궁>은 놀라운 작품이다. 그 음악정신의 깊이에 있어서 그렇고, 그 표현의 창의적이고 참신함에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형식과 내용이 음악으로서의 조형적인 균형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놀라운 것이다.

 

미궁(迷宮) - 가야금:황병기, 목소리:홍신자

 

 

미궁에 대한 질문과 답변

 

1. 미궁은 누가 작곡했습니까?

☞ 미궁은 내가 1975년에 작곡했습니다. 미궁을 원래 미국 사람이 작곡했다느니, 일본사람이 작곡했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말이 인터넷 상으로 나돌기도 하지만 완전히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2. 미궁을 듣고 죽은 사람이 있습니까?

☞ 한 사람도 없습니다. 미궁을 들으면 죽는다는 말은 허약한 사람들이 지어낸 헛소문입니다.

 

3. 미궁을 들으면 몹시 무서운데, 왜 그렇게 무서운 곡을 작곡하셨습니까?

☞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거나 들으면 무서워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서양사람들이 처음으로 왔을 때, 그 파란 눈을 보고 우리 할아버지들은 귀신 같다고 질겁을 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여자들이 처음으로 입술에 루즈를 빨갛게 칠하기 시작하자 동내 애들이 "쥐 잡아 먹은 년"이라고 욕을 퍼부었습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머리를 노랗게, 빨갛게, 심지어 파랗게 물들이는데, 구세대 사람들은 얼마전까지도 이 물들인 젊은이들을 정신병 걸린 넋 빠진 놈들로 생각했었죠. 피카소가 그린 그림에 눈이 네개 달린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사람들도 처음에는 유령처럼 무섭게 보여서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느냐고 했었지요.

 

미궁에는 여러분이 그동안 다른 음악에서 익숙하게 듣던 소리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소리들이 많이 나오니까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미궁을 감상하려면 새로운 음악세계를 탐험하려는 예술적인 모험심과 개척정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험악한 산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저 따뜻한 방안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만 좋아한다면 이런 사람을 어찌 참다운 젊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 홈피를 보시는 여러분이 늘 듣던 편안한 소리에만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예술세계에 도전하는 멋진 젊은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중학생 이하의 어린이들은 지금 미궁을 듣지 마시고 고등학생 이상이 되었을 때 들어보십시오. 미궁은 술이나 담배나 커피처럼 성숙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에게는 맞지 않는 곡이라 생각됩니다.

 

 

<미궁>의 가사에 대하여

 

<미궁>은 7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지는데 제4단락과 마지막 제7단락에서 두번 의미 있는 가사가 사용되고, 그 외에는 모두 의미 없는 허밍이나 웃는 소리, 우는 소리, 신음하는 소리, 중얼거리는 소리, 쉬-하는 소리 등이 사용되었다.

1) 제4 단락: 신문기사 낭독

 

<미궁>의 중간 쯤에 신문 기사를 낭독하는 데가 있다.  이것은 연주하는 날에 아무 신문 기사나 선택해서 읽는 것이기 때문에 연주할 때마다 가사가 달라진다. CD에 나오는 가사는 다음과 같다.

 

"하이얀 와이셔츠에 가지런한 넥타이를 맨 화잇 칼라, 마구 굴려도 쉽게 찢어지거나 때묻지 않는 원색  블루진을 입은 블루 칼라에 이어, 타탄한 강철로 전신을 무장한 스틸 칼라들이 공장 일자리에 들어섰다. 한국에 로버트가 들어온 것은 5~6년 쯤, 아직 로버트를 주력으로 할만큼 공장 시스템이 발달되지 않았지만, 또....."

 

이하는 발음이 흐트러져서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데, 차츰 절규하는 소리로 고조되어 마지막에 비명을 지르는 소리로 끝난다.

2) 제7 단락: 반야심경의 주문(呪文)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옴-

 

 

미궁(迷宮)의 가사

 

우~~~~~~~~~~~~~~~~~~~우~~~~~~~~~~~~~~~~~~~~~~~~~~~~
우후후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이히히히히하하하하하하하 이히하하하하하하하 이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찌~~익 문 여는 소리)

 

우후하하하하하하~ 우우~~~~ 으흐흐흐흐흐흐 으~~~~~~~~아 우후 하하하하하 우우~~
우우후 우우~~~~ 우아아아아아아~~ 우우으~ 으아~~ 우후우후으아~~~~
이히히히 우히히히히히히 이히히히히히 이야하~ 우하하하하하하하하
우히히히히히히히히 크흐흐흐흐흐 으흐흐흐 우하하하하하
우히히히 우히히히히 우히히히히
음~~ 으음~ 음~ 으으음~~ 으~으음~~ 음~ 음~ 으으으으으으음~~ 으음~ 으음~ 으음 으음

 

하얀와이셔츠에 가지런한 넥타이를 멘 와이트칼러

마구굴려도 쉽게찌져지거나 때묻지 않는 원색 불루진을 입은 불루컬러에 이어 탄탄한 강철로 전신을 무장한 스틸칼라들이 공장 일자리에 들어섰다..

한국의 로보트가 들어온것은 5,6년전쯤 아직 로보트를 주력으로 할만큼 공장시스템이 발달되지 않았고 ....

스틸칼라의 전투력을 사용하여 이용했던 오띠까디짜띠까띠오티까띠우아자이히히히~~~

우와이야하이야하오호호호끼야~

우아~우아~~ 우악~~~~~~~~~~~~~~~

헤이헤이 하이하이헤이헤이하이하이 하이하이헤이헤이 오헤이에 이에이에이에이에
에헤에헤에헤에헤에헤 오호오호오호오호오하오호오하오헤오하
헤헤헤헤헤헤오헤하오헤이하이오헤헤헤이이에이에이에이에이에 오하하하하 오하하하하하
오하하헤헤 으으하하하 헤헤헤헤헤 이하 이에 히히에 우후우후 하이하이하이 우히우하
오호오호오호~~

우아~~~으아~~~ 바~~~~~~라 바~~~라~~ 바~~라~~ 바아제~~
바아아라치 바아라 승~~제 아~~제 아~~제 바라아제~ 에에에에에에에에
바아라~~ 바라 승음아제~ 아제아제 바~라아~제 모진서어~~
음음음음음음 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 음음음음 우음음음음음음음음음음음음

 

 

"이 음악을 절대로 혼자 듣지 말 것!"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2001/07/12

 

"실연당한 남자가 작곡한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노래. 이미 몇 백명이 자살했고 연주자들도 모두 죽었다. 이 음악을 절대로 혼자 듣지 말 것!"

 

S여고 3학년인 김주현(17)양은 친구가 보낸 E-메일에 첨부된 음악파일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금방 귀신이라도 뛰어나올 듯한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음악과 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소름이 돋는 가야금 소리와 함께 어떤 여자가 웅얼거리기도 하고, 웃음소리, 울음소리, 신음소리, 비명소리가 계속 나왔어요"

 

김양은 "이 곡을 보낸 준 친구도 절대로 혼자 듣지 말라고 충고했다"면서 "무서워서 끝까지 듣지도 못하고 계속 귓가를 맴도는 이 음악 때문에 잠을 이루기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양에 따르면 같은 학교 친구들 중에는 절반이상이 이 음악을 들어봤으며 혼자 듣다가 무서워서 기절을 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최근 여고생들 사이에서 E-메일과 음악전문 사이트 벅스뮤직(www.bugsmusics.co.kr), 다음까페(www.daum.net), 소리바다 등을 통해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이 음악은 바로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씨의 3집앨범에 수록된 '미궁'이라는 곡.

 

21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다음'의 인기까페 '엽기 혹은 진실'에는 지난 5일 '[자살충동] 미궁이란 노래 들어보셨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와 자신의 느낌을 간단하게 적은 이글은 곧바로 조회수 634까지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디 '미누따랑'이라는 네티즌은 "혼자 있는데 손이 덜덜 떨립니다. 정말 다시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그래도 안들으신 분은 한번은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공포가 뭔지 느끼실 것 같군요"라며 '미궁'에 대한 감상을 나타냈다.

 

12일 현재까지 이 까페에 올라온 '미궁'에 관련된 게시물은 100여개. 조회수는 1만명을 넘었으며 소리바다에도 20여개의 '미궁' 음악파일을 포함해 90여개의 황병기씨 작품이 올라와 있다.

 

1975년 10월, 현대음악제 'SPACE 75'에서 초연됐던 '미궁'은 작곡가 황병기씨의 가야금과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의 목소리가 합쳐진 곡으로 당시 한국음악계에 큰 충격을 준 문제작인 동시에 창의적 표현형식과 내용이 균형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실제로 18분 가량 이어지는 가야금 연주곡 '미궁'은 한국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으로 현대음악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기묘하고 괴이한 소리로 전해지는 홍신자씨의 목소리는 황병기씨가 연주하는 가야금의 독특한 효과음과 섞여 듣는 이로 하여금 이상한 기분에 사로 잡히게 한다.

 

어쨌든 1975년 현대인의 고뇌, 정신분열, 절규, 슬픔, 절망 등을 표현하고자 한 황병기씨의 '미궁'은 26년이 흐른 2001년 7월의 여름날, 수 많은 여고생들에게 무더위를 식혀줄 공포물로 다시한번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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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구남성합창단
글쓴이 : Mast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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