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10월의 걷는 날

푸른비3 2008. 12. 5. 18:55

10월의 걷는날.

 

  이번 달에는 가을이 깊어가는 아름다운 진전천을 걸으며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코스를 마련했습니다. 마산시 진전면 봉곡마을에서 내려 곡안마을, 오서마을, 월안마을을 지나고, 진전천 용대미에 걸린 오래된 월안교를 건너, 다시 동산마을, 양촌마을, 적석산 일암마을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번 달에 걸을 길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우리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발자취가 가득한 길입니다. 첫 마을인 봉곡마을은 일제 강점기에 영화 ‘암로’와 ‘지하촌’을 만들었던 카프계의 영화감독이자, 대표적 무대미술가인 강호 선생이 나고 자란 곳입니다. 봉곡에서 곡안으로 가는 들길에 자리잡은 성주이씨 재실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사건이 일어난 아픔의 현장입니다. 오서리는 한국민족문학사에 중요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권환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고, 오서리 가운데 자리잡은 경행재(경행학교)는 마산의 창신학교와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가장 일찍 만들어진 근대학교로,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 등을 배출한 이 지역 독립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또한 월안교 건너 양촌마을에는 3.1만세의거 중 4대 의거로 불리는 삼진의거에서 순국한 8분의 의사가 잠들어 계신 8의사묘역이 있고, 그 곁에 마산아트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적석산 아래 일암마을엔 초계 변씨들의 재실인 성구사가 있는데, 이 곳 또한 경행학교와 더불어 삼진 의거를 도모했던 역사적 공간입니다.

 

▽코스 : 진전면 봉곡마을 하차 - 강호선생 집터 - 성주이씨 재실 - 곡안리 마을 숲 - 오서리 경행재 - 권환 시인 무덤 - 진전천 용대미와 월안교 - 양촌리 8의사 묘역 - 마산아트센터 - 일암마을 성구사 - 대정 (약 6km)

 

▽때 : 10월 19일(일) 오전 11시

▽곳 : 경남대학교 정문 앞 (펀글)

 

      *        *        *

10월의 걷는 날 사진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올린다.

 

걷는 모임이 있는 다음날 남편과 중국 장가계로 떠나기에

집에서 아이들 먹을 음식과 집안 정리를 해야했는데도

황금들판이 일렁이는 모습이 너무도 보고 싶어

도중에 돌아오더라도 꼭 걷고 싶었다.

 

약속시간에 오래만에 만난 회원들과 함께 버스에 오르니

곁의 새댁이 안고 있는 아가의 볼과 손가락과 눈망울이

너무나 귀여운 걸 보니 나도 이제 할머니가 되었나 보다.

베낭에서 어제 제주에서 사온 밀감을 하나 꺼내 건네주면서

아가의 통통한 손가락을 만져 보았다.

따뜻하고 말랑한 그 촉감~!

 

봉곡마을에 내리니 그림 소재로 좋을 허물어져가는 방앗간이

내 셔터를 연신 누르게 했다.

알이 차고 있는 싱싱한 배추,빨간 감. 참다래,금빛 들판이

가을이 익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다.

 

곧 아픈 역사의 현장인  주민 학살 현장과

영화 감독이자 무대미술가 강호 선생님의 집을 둘러보고

점심부터 먹기위해 곡안 마을로 향하였다.

곡안 마을은 몇번이나 야외스케치를 나온 장소라 눈에 익은 곳이다.

마침 추수를 하는 사람들의 점심 시간인 모양이다.

참으로 내가 어린 시절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국 음식을 배달하여 점심을 먹는 모습이)

 

오서리 권한선생님 생가를 둘러보고 나는 일행과 헤어져야만 하였다.

남편이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 약속 시간이 되었기에....

신작로를 지나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마을을 걸어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려니 어찌나 아쉬운지....

 

그런데 진전면 파출소 앞에서 기다리기로 한 남편이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하마 오려나....하고 앉아 있으려니 꼬박 졸음이 밀려왔다.

등뒤로 따끈한 햇살이 어루만져주고

산들바람이 내 볼을 간지럽히고....

 

나중에야 남편의 전화를 받자 귀청이 날아가듯 고함을 지른다.

진전면이 어디냐? ....통영이란 팻말이 보이는데?

세상에 ~~~!

남편은 진전이 고성을 지난 곳에 있다고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자기가 착각을 하고는 화풀이는 나한테 다하고....

나는 언제 이런 남편 소갈머리를 고쳐 놓으려나....

그냥 내 팔자려니...하면서 살아야 하나?

 

 

 해맑은 아가의 표정.

 

내 그림 소재로 좋은 듯한  정미소가 있는 풍경.

 

 정미소 앞을 지나는 걷는 사람들.

 

 정미소 앞모습.

 

 넉넉한 마음을 갖게해주는 가을 황금 들판.

 

 가뭄속에서도 배추는 알이 차고 있는 듯.

 

 우리가 버스를 타고 내린 봉곡마을의 표지판.

 

 가을이 익어가는 들판과 마을풍경.

 

 휴식을 취하는 연밭.

 

 고래등같은 기와집.

 

 집앞에 텃밭이 있는 소담한 작은 집.

 

 옛날 양반이 에험~!하고 기침을 하며 나올듯한 대문.

 

 

 무슨 열매인지 궁금하여....

 

나는 이렇게  돌담에 기대어 피는 국화를 퍽 좋아하는데....

 

 지붕위 하얀 박도 익어가고 담장너머 감도 익어가고....

 

 빨간 스레이트 지붕아래 고추 말리는 모습도 정겹다.

 

 걷는 사람들의 걸음은 한가롭다.

 

 논바닥에 베어진 볏단들.

 

 참으로 평화로운 이 마을의 주민을 미군이 무고하게 학살하였다니....

 

 양민 학살 사건이 일어나 성주 이씨 재실앞.

 

 아픔의 역사를 지켜 본 재실.

 

 가을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다시 새싹이 돋아난 벼/

 

 이강 선생님의 기념관.

 

 낫질을 하려 가는 부부.

 

 요즘 농촌의 점심시간.

도시로 나간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다 모여 중국집에서 배달해온 점심을 먹고 있다.

 

 담장을 높이 올린 누구의 저택인지?

 

 오가피 나무인가?

 

 흐드러지게 핀 다알리아.

 

참다래.

 

 꽃을 사랑하는 사람의 집뜰.

 

 숲길을 걷는 여름이와 엄마.

 

 곡안 마을 숲에서의 점심식사.

 

 식사후 김산님의 노래도 한곡.

 

 김산님은 아직도 미혼.

 

 참다래 익어가는 모습.

 

 신안정이란 입석이 서있는 이집은 무슨집인지?

 

 어느 부자의 별장인지?

 

 오직 이 황금빛 들판이 보고 싶어 다른일 다 밀쳐놓고 따라 나섰는데....

 

가뭄이 심하여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 놓았다.

 

그나마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는 다슬기는 줍는 사람들인지?

 

 멋진 주택과....

 

 정겨운 시골집이 공존하는 마을을 지나.

 

 예쁘게 물든 담쟁이.

 

 경행제 안내판.

 

 권환선생님의 유품이 있는 경행제.

 

 

 권환선생님의 시집을 읽어보는 회원들.

 

 이곳에서 남편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회원들은 잘 포장된 신작로로 계속 걸어가고.

 

 

 

 나는 혼자 남아 벼들이 익어가는 소리 들으며 꼬박 졸기도 하면서 남편을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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