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을 넘기고선 몸의 이곳 저곳의
기능이 떨어지는 듯함을 느낀다.
친구들 모임에 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병자랑을 늘어놓고, 서로 위안을 얻고 웃는다.
동병상련이다.
20년동안 해오던 학원을 접어버리고
이제 더 늙기전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등산모임에 따라 나설 생각도 하였다.
그전에는 집뒤의 300미터 남짓한 팔용산도
정상까지 오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산등성이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 보는 곳에서
되돌아 내려왔었고,
큰마음먹고 무학산을 오른 다음
일주일동안은 다리의 통증을 느끼곤 하였다.
그런 내가 요즘은 산행 5~6시간후에도
끄덕도 없으니
다리힘은 오히려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나이들수록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생각에 새해에는
집근처 핼스장에 등록하였다.
요가를 2년정도 동사무소에서 하였지만
정해진 시간에 그것도 일주일에 2번뿐이니
자연히 빠지게 되는 날이 많아
제대로 운동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남편의 회사에서 지정해 준 병원에
신청한 날이 춘분인 오늘이라
창원대로의 가로수인 벚나무는
도톰한 꽃망울을 가득 머금고 있고,
담장너머로 하얀 목련은 어느새
하얀 촛불을 켜든채 수줍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자연은
저렇게 다시 물이 오르고 소생하건만
우리 인간은 이렇게 늙어가기만 하는구나.
하기야 우리가 죽어야 우리 후손들이
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자연의 법칙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봄이면 다시 소생하는 자연을
바라보면 서글퍼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어제 저녁 9시 이후로 금식이어서
혹시 무심중에 물이라도 마시면 어쩌나 싶어
식탁위에 크게 "9시 이후 금식"이라는
글을 써 붙여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 내 건망증은 이야기하자면 너무 많아서)
물까지도 마시지 못한다고 하니
어쩐지 더 목이 마르는 듯하였다.
내일 아침 변을 채취해야 하는데
변이 나오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걱정도 하였다.
한번도 아침을 거르지 않고 챙겨먹는 딸아이의
밥을 챙겨주고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집근처에도 지정해준 종합병원이 몇군데 있지만
나는 최신 장비가 있는 창원 파티마병원을 신청하였다.
친절한 간호사의 도움으로 순서대로 체크를 했는데
내 키가 작년보다 1센티 늘어났다.
어머...나이들면 키가 줄어든다고 하던데
어떻게 더 컸어요? 의심적어 물어 보았더니
자세에 따라 키가 늘어나기도 한단다.
키가 커져서 이로울 것도 없는데 웬지 기분은 좋아진다.
그런데 체지방은 정산보다 수치가 4나 높았다.
그렇게 먹는 것을 절제하였는데 어째 몸무게는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걸까?
키 164, 몸무게 62.
그래도 핼스장에서 재는 것보다 2키로나 줄어들었다.
아침을 굶은 탓인가?
핼쓰장 저울이 잘못된 것일까?
몸무게는 줄었다고 하니 기분 좋지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위내시경.
나는 호스를 집어 삼키는 것이 죽어라 싫어
조영촬영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참 만만하지가 않다.
탄산가루를 털어넣고 그대로 물과 함께
삼켜야하니 차오르는 탄산가스때문에
눈알과 코안속까지 쓰리고 아팠다.
하얀 걸쭉한 액체를 마시는 것은 더욱 고역이었다.
기계위에 똑바로 서니
저절로 90도로 기울여 눕는 자세가 되었다.
그위에서 몸을 두바퀴 굴려야했다.
그리고 기계가 돌아가면서
이곳 저곳을 쿡쿡 짓누르는 그 생경스러운 감촉.
그냥 사는대로 살다가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 정도였다.
나이 더 들면 건간검진 받는것도 쉽지 않겠다.
다음은 유방암 검사.
기계가 내 가슴은 터질듯이 압박하였다.
저것이 고장을 일으켜 그대로 멈추지 않는다면?
끔찍한 상상까지 하게 하였다.
부인병 검사는 다음주로 연기하였다.
나이드니 홀몬분비가 이상을 일으키는지
예정일보다 앞서 생리가 시작되었고
어제 끝나기는 하였지만 일주일후에가
가장 정확하다고 하여
번거롭지만 한번 더 오기로 하였다.
(내 친구들은 벌써 생리가 끝났는데
나는 아직 생리를 하니 건강하다고 해야하나?ㅎㅎ)
치과와 안과등 순서대로 검진을 마치고 나오니
봄바람이 살랑대며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병원앞 분수는 봄을 노래하듯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올리고
하얀 목련은 소담스럽게 피어 오르고....
아,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이럴때 봄햇살 즐기며 같이 산책할
남자친구라도 하나 있었으면....
(이래서 봄에는 바람이 나는걸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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