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장외인간1.2

푸른비3 2006. 9. 21. 06:32

새벽에 일어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독후감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은 이 시각.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동쪽하늘이

어쩜 저렇게 붉은 빛이 아름다운지....

곧 붉은 구름을 헤치고 밝은 햇님이 얼굴을 들이내밀겠지.

 

달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어린 시절 마루끝에 나와 앉아  

떠 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송편을 빚을 때부터

달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달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달밝은 밤이면 그 달빛을 그냥 허공에 버려두고

잠을 자는 것이 무척 아쉬워

자다가도 몇번씩이나 일어나

지금은 달이 어디쯤 흐르고 있나?

확인하고 다시 잠드는 날이 많을 정도로

나는 달을 좋아하게 되었다.

 

월식이 있는 밤이면 그 월식을 지켜보기 위해

새벽 2시든 3시든 잠을 자지 않고

새벽하늘을 내다보다가

때로는 구름속에 갇힌 달을 보고 안타까워 한 적도 많았다.

 

이외수의 장편소설

장외인간속의 소요와 이헌수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거의 달을 애인이라고 여길 정도로

달을 사랑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 되어 버린 셈이다.

 

작가 이외수는

파격적인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유희로 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

라고 책표지에 설명하였는데

내 생각과 꼭 일치하는 설명이다.

 

'개미','뇌'의 작가  베르베르를 연상시키고

화가 '칸디스키'를 연상시키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중 '칼'과 '들개'를 인상깊게 읽었다.

 

가끔 매스컴에 오르는 그의 모습은 그다지

호감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꼭 화가나 작가는 머리를 기르거나 특이한 복장을 하여야 하나?

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과 다른 외모가 오히려 나에게는

호감을 주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이 작품에서도 그의 상상력은 충분히 발휘하였고,

그의 언어감각도 다시한번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현란하였다.

두뇌의 우수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만에 상상의 나라를 즐겁게 소풍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작품속에서 달이 사라져 버렸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며 지구의 주위를 공전하는

유일무이한 천연위성 달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설속의 나 이헌수는

춘천에서 금불알이라는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무명시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업을 이어받아

닭갈비집을 운영하는데 그럭저럭 영업은 하는 셈이다.

 

그 곳에 우연히 찾아온 소요라는 여자는 국문과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이곳 금불알로 찾아온다.

소요라는 이름은 황진이의 시

쇼요월야사하사 의 첫글자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우연한 기회로 난 황진이의 시 한수를 외우고 있었다.

 

소요월야사하사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생각하오신지.

침소전전몽사양 -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듯 생시인듯

문군유시녹망언 -님이시여 때로는 제가 드린말도 적어보시는지

차세연분과신량 -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유유억군의미진 -멀리 계신 님생각, 끝없어도 모자란 듯

일일염아기허랑 -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 하시나요.

망중요고번혹희 -바쁜중 돌이켜 생각함이라 괴로움일가 즐거움일까

훤훤여작정여상 -참새처럼 지저귀어도 제게 향한 정은 여전하오신지

 

처음에는 아무리 외워도 외워지지 않았는데 이제 외우게 되어

이곳에 기쁜 마음으로 옮겨 보았다.)

 

갑자기 달이 사라져 버리고 소요마저 사라져 버렸는데

작중에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전에 달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달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져 버린 셈이다.

오히려 이헌수는 정신병자로 인정되어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그곳에서 이헌수는 사이코드라머를 공연하였다.

달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달이 실재로 있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현자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마음안에서 빛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마음 밖에 있는 빛도 사라져 버렸다고.

 

정체성과 가치관을 상실해 버린 정신병자들이 자신을 정상인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아수라장이다. 하고 작가는

바깥세상에 대하여 말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가슴이 사랑을 느끼는 가슴이었고

사랑을 느끼는 가슴이 시를 느끼는 가슴이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글이지만,

결코 가벼운 글은 아니다는 생각을 주게 하는 소설이었다.

현실의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성 상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