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작별하지 않는다

푸른비3 2024. 12. 15. 14:25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 2021. 9.9. 1판 1쇄. 2024. 11. 8. 1판 36쇄)

(2024. 12. 6~ 12. 14)

 

지난 번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은 후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이 발포되어

한동안 뉴스를 시청하느랴 책을 잡을 수 없었다.

 

성긴 눈발이 날리는 12월 3일 밤.

국회의 상공에 떠 있는 헬리곱터를 보며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하였다.

 

어쩌면 역사는 이렇게 반복하는가?....

그러나 역사는 그 자리를 맴돌며 반복하지 않고

조금씩 발전하며 반복한다고 하였던

토인비의 역사 이론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독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이라고 하였다.

학창시절 근현대사를 배웠지만,

나는 제주 4.3사건. 여수사건, 경북 경산 사건 등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북한과 내통한 주민들의 반란사건 이라고만 여겼다.

 

5.18처럼 내가 실제로 경험한 사건이 아닌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쯤으로 생각하였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읽음으로

제주 4.3사건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무고한 주민들이 국가에 의해 살해되었고

그 진상이 문민정부 시대에 와서야 알려지게 되었다.

 

작가는 이 책의 첫 두페이지를 2014년에 쓰기 시작하였지만, 

묻어 두었다가(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2018년 세밑에야 그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2021년 가을에 발표하였으니 한강의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강은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고 하였다.

사랑의 소설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달달한 사랑만 생각하였던 나에게

이 비극적인 내용이 지극한 사랑이라니? 얼른 수긍이 되지 않았다.

 

스웨덴 한림원의 한강의 소설을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 매김 했다. 고 하였다.

 

정말 이 소설은 산 자의 죽은 자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글을 쓰는 화자 경하와 친구 인선 이를 통하여 풀어내는 이야기는

엉킨 실타래처럼 나에게는 읽어내기 어려운 글이었다.

그러면서도 한강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 덕분에

메모를 하면서 읽었지만, 역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 경하는 잡지사의 편집기자로 일을 통하여

프리랜서 사진 작가 인선이를 알게 되었고,

인선이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고향 제주로 떠난다.

 

인선이의 어머니의 기억 속에 있는 제주 4.3사건.

인선의 어머니(강정심)는 국민학교 졸업반 일 때

아버지와 어머니 등 가족을 4.3사건으로 다 잃고 

난을 피해 오빠를 찾아 목포. 대구. 진주 등

오빠가 수감되었다는 곳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다.

 

그 오빠의 흔적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1948년 제주 4.3사건과 한국 전쟁과의 연계.

해방 이후의 남한 사회에서의 이념 갈등과 권력 투쟁.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조 속에서 국가의 폭력이

개인과 사회에 가해진 사회적 비극을 낱낱히 묘사하였다.

 

서울의 외곽 도시에서 낡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며

심한 편투통을 앓는 경하는, 목공을 하다 손가락이 잘려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된 인선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다가

인선의 부탁으로 생각지도 않은 제주의 인선의 집으로 가게 된다.

 

인선의 부탁은 자기가 키우는 새 아마가 죽을지도 모르니

가서 먹이를 주고 생명을 구해주라는 부탁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제주에 도착하여 택시도 들어가지 않아

제주 일주 순환 노선 버스로 중간지점에서 하차하여

눈이 무릅까지 파뭍히는 희미한 길을 걸어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찾아가지만 새는 이미 죽어

손수건으로 곱게 싸서 상자에 담아 나무 아래에 묻어주는 

과정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반성하였다.

 

내가 만약 인선의 부탁을 받았다면?

사람도 아닌 애완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제주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무리 인선에 대한 우정이 깊다고 하여도 당장 거절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친구도 없을 것이다.

여지껏 살아왔지만 나는 그만큼 깊은 인간관계를 쌓지 못하고 살았다.

 

인선과 경하의 새의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선의 어머니가

오빠의 행방을 찾아 떠돌았던 세월도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헷갈렸다.

서울의 병원에 입원한 인선이가 어떻게 제주의 경하와 함께

숲속으로 들어가 다음 작업을 할 프로제트에 대한 대화를 하는지?

 

책의 뒷표지에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잘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처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읽으면서 고통스러웠다.

이번 12,3 계엄령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또 어떤 학살이 시작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길

거듭 소망하면서 부족하지만 이 책의 독후감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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