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1. 월
음악소설집.
김애란 외
프란츠 출판사
(2024. 10.31~11.11)
자양 한강 도서관에서 매주 수요일,
8주 과정으로 <처음 완성하는 단편소설> 강의를 받는다.
매주 짧은 루틴을 쓰는 숙제가 있지만
나는 2주 한 편만 제출하고 쓰지 않는다.
묘사를 해야 하는데 어느새 내 글은 설명을 하고 있었고,
그게 루틴을 쓰는 의도에 적합하지 않아서
그냥 다른 사람들이 쓴 글만 눈으로 읽는다.
마지막 주에 나도합평 소설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 속으로는 줄줄 이어지는 이야기가
글로써 표현하려고 하면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 먹고 겨우 몇 줄을 썼지만 그 다음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평소에 내 블로그에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 다녀온 이야기
미술관이나 음악회 다녀 온 후기는 쉽게 쓸 수 있지만,
짧으나마 소설 형식으로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서 자꾸 미루기만 한다.
숙제는 못하였지만 나는 한 주도 빠지 않고 출석하였다.
모두 소설쓰기가 처음이라고 하지만,
합평 소설을 제출한 것을 읽어보면
기성작가 못지 않게 모두 너무 잘 썼다.
비록 짧은 소설 한 편도 못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수업 덕분에 나는 그동안 멀리 있었던 단편 소설에
한 발자욱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다.
아울러 선생님이 소개해 준 책을 읽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이번에 읽은 <음악소설집>도 선생님의 추천 덕분에 알게 되었고
도서관에 어렵게 대출 신청을 하여 내 차례가 되어 읽게 되었다.
음악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은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수면 위로 -김연수
자장가 -윤성희
웨더링 -은희경
초록 스웨터 -편혜영 등이고
책 마지막에 5작가를 인터뷰 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김연수. 은희경. 편혜영은
이런저런 문학지를 통하여 몇 편의 글을 읽어 보았던 작가이고
김애란과 윤성희는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그만큼 내가 현재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현대의 한국 문학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다는 것을 증면하는 셈이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으면서
몇 페이지 읽지 않았지만 '아. 참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킴 딜과 로버트 플러드가 부른 '러브 허츠'를 찾아서 들으면서 읽었다.
김연수는 평소에 내가 즐겨 읽었던 여러 소설의 작가로
<수면 위로> 속의 12살의 소년 기진과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기진의 엄마를 상상하면서 읽었다.
2차원의 종이나라. 3차원의 원통나라를 이야기하면서
2차원의 언어로는 3차원의 원통을 원. 직사각형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고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하였다. 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그 외에
....이는 내가 접하는 유튜브는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뜻했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닮았다. 우리는 이 세계의
극히 일부분만을 경험한다. 그건 이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게 진실이다(P69)
....물의 바깥, 물이 아닌 것은 물고기에게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물의 바깥에서 물고기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그 이름이
하늘이라는 것을 안다. 물고기에게 없는 것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렇게 우리는 물 속의 물고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다른 뭔가는
그런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생 자기의 생각 안에서만 헤엄치다가 그 생각 안에서 죽을 우리를.
그리고 그 생각 안에서 다시 태어날 우리를.(p84)
이런 글도 나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주는 글 같았다.
은희경도 내가 좋아하였던 작가로 <웨더링>에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을 청각적인 음악을 글로서
잘 묘사하였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행성'은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악이었지만, 이 소설을 통하여
홀스트가 점성술을 통한 행성의 스케일과 상징에 영감을 받아
곡을 완성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2시간 동안의 시간에
마주 앉은 4사람의 각각 다른 인물들을 그린듯이 잘 묘사하여
각각 그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특징까지
재미있게 잘 묘사한 글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다시 한번 내 별자리 글을 찾아서 읽었다.
편혜영의 <초록 스웨터>는 엄마가 죽은 후,
한 때 영주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한 내(경주)가
연주 이모와 함께 강화도에 있는 나주 이모 집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잘 묘사하였고,
중학교 동창생이었던 엄마(성주). 영주이모. 나주 이모 등
세 여자의 우정이 환갑이 넘은 나이까지 이어지는 것이 부러웠다.
단편 소설반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런 감동적인 작품들을 알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올해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한강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소설가들이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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