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중미 배낭여행-1. 멀고 먼 여정

푸른비3 2024. 8. 13. 08:26

2016.11.3. 목.

 

잔뜩 늘어놓은 짐들을 거의 정리하였을 무렵, 현관의 장금장치가 열리면서

아라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마미~! 보고 싶어서~!" 외치면서 나를 껴안았다.

35일간 긴 여정의 중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아라는 학교 교수님의 피아노 연주회 넘순이를 하느랴고 늦게 돌아온다고 하였다.

 

마주 부둥켜 안고, "나도 우리 딸 보고 싶었어.  엄마없는 동안 더 이뻐졌구나."

아라는 내 등을 토닥이며 "엄마, 왜 이리 살이 빠졌어?". ....

"정말?" 얼른 체중계를 꺼내 내심 기대를 하며 확인하니 겨우 1키로 줄여졌을까?

그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사실 잘 먹지를 못했는데, 이럴수가.....

 

현지 시간 12월 6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칸쿤의 공항으로

어둠을 가르며 달려가 7일 오후 4시 3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으니,

시차를 제하고 도대체 몇 시간을 소요하여 귀국하였는지

더하고 빼고....숫자에 약한 나는 계산하기도 어렵다.

 

2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동안 거의 뜬 눈으로 보냈으니 완전 빈사상태다.

체력도 약하지만 정신력이 더욱 약한 나는 장거리 비행시간이 가장 무섭다.

한 숨자고 일어나면 도착지에 와 있다고 말하였던 어느 지인이 너무 부럽다.

긴 호흡을 하며 눈을 감고 나 자신에게 체면을 걸어도 잠은 오지 않았다.

 

칸쿤에서 달라스까지의 3시간 정도의 비행은 가볍게 먹은 애피타이저 같았다.

2시간 환승시간후 달라스 공항에서 급하게 달려가 환승한 에어 아메리카.

이어폰을 끼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은 후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2시간 흘렸다.

화면에 비친 서울까지 남은 12시간 30분을 확인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비행기 뒷편 서비스 룸에서 서성이다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을 청했으나,

정신은 더욱 투명해져 오고....그럴때 나 자신이 정말 싫어졌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금방 눈이 피로해지는 것 같아 화면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그 날은 3편의 영화를 보아도 전혀 잠이 오지 않고 눈알만 빡빡하였다.

 

여행기 첫 장을 쓰면서 왜 이리 마지막 날 비행의 어려움을 쓰고 있는가 하면,

7일 밤 귀국하고 여러날이 흘렸지만 여전히 비몽사몽, 시차극복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기도 싫어졌기에 그 변명을 하다보니 이렇게 사설이 길어진 셈이다.

오늘 눈을 뜨니 새벽 2시, 피하지 말고 그냥 컴앞에 앉아 여행기를 쓰기로 하였다.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는 "받아놓은 날은 빨리 다가온다."고 하셨는데,

정말 예정하였던 중미 여행 출발일자는 준비도 채 되지 않은 내 앞에 털컥 다가왔다.

오후 5시 30분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2시까지 공항에 도착하라고 하였다.

집에서 12시 40분 출발하여 공항버스를 타고 3층 출국 대합실에 도착하니 2시.

 

같이 여행하기를 기다렸던 내 친구들과 사전 모임에서 만났던 낯익은 얼굴.

이번에 처음 만나는 낯선 얼굴등 16명이 수속을 밟아 에어 아메리카에 탑승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출항비행시간은 설레임과 기대감에서 인지 그리 길게 여겨지지 않았다.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기도 하면서 도착하니 어느새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이었다.

 

입국절차가 까다로울거라고 예상하였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가방을 찾았더니, 단단하게 매었던 벨트가 사라진것을 발견하였다.

가방을 열어보니 벨트는 안 속에 있고, 낯 선 메세지 한장이 들어 있었다.

당신과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내 가방을 열어 보았다고 적힌 글이었다.

 

다행히 다른 물건은 없어진 게 없는 것 같아 서둘러 일행들과 함께 숙소로 향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는데,분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방을 확인하는 것은 좋은데 왜 벨트를 싹뚝 잘라 못쓰게 만들었을까?

벨트를 잠금장치로 잠근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여러가지 생각에 뒤척였다.

 

 

긴 여행끝에 멕시코 국제공항에 도착.

 

싹뚝 잘라진 내 가방 벨트.

 

 

호텔 곳곳에 이런 제단이 있었다.

아마도 11월이 위령의 달이라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제단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