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 70. 산티아고 사람들

푸른비3 2024. 5. 20. 12:15
 

여행사 페키지 여행을 할 적에는 그 도시에서 지하철을 탈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지하철을 한 번 타 보고 싶었었다. 그러나 막상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길치에다 방향치이니 두려웠다. 서울에 이사 왔을 적에도 몇 번이나 실수하였는데 정말 탈 수 있을까? 아르마스 광장에 붙은 지하철 표지판을 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통로를 따라 상가가 형성되어 있고 많은 사람이 바쁘게 왕래하였다. 먼저 우리는 산티아고를 높은 곳에서 전망할 수 있는 타워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타워가 있는 역 이름을 알 수 없으니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하나?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 볼까....하다가 근처의 가게 문 앞에 섰다. 서점을 겸한 복사와 프린터를 해 주는 가게가 가장 한가로워 보였다. 통유리 아래 매표소처럼 반구형 창구가 있어 그 사이로 얼굴을 디밀면서, “익스큐즈 미. 아이 완 투 고우 디스 에리어.” 하고 안내도를 내밀었다. 곱슬곱슬 파머를 한 긴머리의 아가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설명을 하였지만 내가 잘 못 알아들으니 다시 볼펜으로 지점을 찍어 주면서 열심히 설명하였다. 냉방장치가 된 역 안은 바깥보다 시원하였지만 긴장하며 설명을 들으려니 땀이 났다. 그녀의 스페인어를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웃으며 그냥 “무차스 그라시아스~!”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난감한 표정으로 지도를 들고 서 있으려니 지나가는 백인 여자가 “비 케어풀~!” 하면서 배낭과 사진기를 조심해라고 하였다. 옳다구나....하고 그 아가씨에게 지도를 들이밀며 타워를 가려면 어느 역에 내려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모네다역에 내리면 된다고 하였다. 자동 판매대가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 역무원이 근무하는 창구도 있었다. 진작 창구에 와서 물었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도 됐을텐데.....창구에서 다시 전망대 그림지도를 가르키며 모네다 역에 가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1인당 630$(칠레)라고 하면서 전철 노선 지도와 함께 티켓을 주었다.

 

티켓은 샀지만 모네다 역으로 가는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있나? 또 다시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망설이는데 나보다 오지랖이 넓은 쥴리아가 지나가는 청년을 붙잡고 영어를 할 수 있느냐고 먼저 묻고는 나를 디밀었다. 에고고....나 영어 수준도 만년 유치원 정도일 뿐인데.... 모네다 역을 가기 위해서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1구역 더 가서 그린라인으로 환승을 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는 자신이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를 따라오라고 하여 다음 역까지 우리와 동행하여 환승하는 통로까지 가르쳐 주고 되돌아갔다. 젊은이여. 복 받으소서!

 

이렇게 고생고생하여 전철역을 나서니 바로 눈앞에 높은 타워가 보였다. 우리는 서로 손바닥을 맞추며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 건물은 일반인의 출입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출입증을 가슴에 매단 직원들만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에게 우리는 전망대에 가고 싶어 먼 길을 왔는데 전망대 티켓을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국영 정보회사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곳으로써 전망대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것도 모르고 왔으니 어쩌나.....이왕 온김에 그곳 주변을 걷기로 하였다.

 

도로 가운데에 여러 개의 동상과 경비병이 서 있는 건물도 보였지만, 안내도를 뒤적여 봐도 모르겠고 물어볼 수도 없어 그냥 길따라 걸었다. 번듯한 건물과 상가가 있는 것이 한국의 명동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안내 책자에서 본 건물이 나와 그 앞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문 앞의 덩치 큰 남자가 무슨 일로 왔냐고 하기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인데,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여 들어왔다고 하였더니, 이 남자는 친절하게도 실내를 안내해 주었는데, 그곳은 증권거래소였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증권거래소를 한 바퀴 돌고 나와서는 우리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시골 할매같은 우리에게 그렇게 정중하게 안내를 해 주다니.... 참으로 친절한 이곳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마스 광장의 지하철역

 

전망대가 있는 건물

 

증권거래소 내부.

 

                                                                       

축제장에 나온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