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미 43일 배낭 여행-71. 칠레의 남단 푼다 아레나스

푸른비3 2024. 5. 20. 12:18

2015.10.30. 금.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눈을 뜨니 새벽 4시.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다시 잠을 청하였으나 더 이상 잠을 이루기는 어려울 듯하여 아예 일어나서 사진도 정리하고 가방도 정리하였는데 그동안 짐이 더 커졌다. 거의 쇼핑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나 둘 모이니 제법 부피를 차지하였다. 이번 여행은 기간이 긴 데 비하여 큰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없어 배낭으로 해결해야 하니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았지만 극도로 자제하여야만 하였다. 한식을 먹은 숙이네 집 근처에서 산 헐렁한 면바지는 씻으니 퍼렇게 물이 빠졌으나, 당장 입을 옷이 없으니 그것도 버릴 수가 없었다.

 

숙소 들어오는 길에 슈퍼에서 사왔던 저녁으로 먹을 우유와 과일이 남아, 그것으로 아침을 대신하고도 우유가 남아 얼굴 마사지까지 하였으니 한국에서는 아까워서 못한 우유 마사지를 칠레에 와서 내 얼굴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어 풀풀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편안하게 잠을 잤던 침구를 정리하고 부엌도 말끔히 정리하였다.

 

8시 20분 로비에 모여 11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이곳 공항에도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우리 곁의 덩치 큰 두 남자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곳에서 선원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두 남자는 형제이며 함께 여행을 가는 중이라고 하였다. 자기의 스마트폰을 열어 얼마 전 배에서 낚시를 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자기는 솔로라고 하였다. 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자신의 페이스북 주소를 적어 주었는데, 그 남자도 나와 찍은 내 사진을 보고 씩 웃으면서 내 생각하고 있으려나?.... (나는 그때 메모한 페이스북 주소도 이름도 다 잃어버렸다)

 

중간에서 승객을 태운 비행기는 4시간 반을 비행하여 푼타아레나스 도착. 창밖으로 내내 눈에 덮인 안데스산을 볼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바람 많은 제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먼 지역에 도착하였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일단 밖으로 나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봄을 맞이한 이곳은 길섶에 황금 단추같은 민들레가 가득 피어나고 있었다. 거리에는 어슬렁거리는 송아지 덩치만큼 커다란 개들이 많아 무서웠다. 바람부는 시내를 나가 우리가 함께 들어 갈 적당한 식당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곳은 얼마전 티브이에서 방영된 신라면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하였다. 신라면을 먹고 싶은 사람과 밥을 먹고 싶다는 사람으로 나눠서 식당을 들어갔다. 우리가 먹은 밥은 금방 날아갈 듯 푸썩푸썩하였고 스테이크는 퍽퍽하였다. 그런데도 물값과 팊까지 주고 나오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밥을 먹은 우리는 신라면을 먹으러 간 일행을 찾아갔더니, 그곳에는 무역업을 하는 아저씨가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김치도 한 조각없는 라면을 팔고 있었다.

 

푼다아레나스 지도

 

산티아고 공항에서 만난 남자.

 

        숙소 근처의 황금 단추같은 민들레.  

                               

우리가 묵은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