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024. 5. 12. 일. 17: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맑고 푸른 5월의 일요일 오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Op.14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Op. 30
연주회가 예술의전당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어제 내린 비로 나뭇잎은 더욱 푸르렀고
하얀 뭉게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맑은 하늘은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걸 실감하고 싶어
남산길을 트레킹한 후, 예술의전당으로 향하였다.
전석 매진으로 객석은 3층까지 청중들로 가득하였다.
무대가 열리자 다비트 라일란트의 지휘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재홍.
귀에 익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선률이
러시아 특유의 정서를 담아 속삭이듯 흐느끼듯 흘렀다.
라흐마니노프의 혼을 실은듯 거침없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음악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이 사는 나라와는 달리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음악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 복잡한 화성과 긴 선률을 악보도 없이
우리가 말을 하듯이 쉽게 연주할 수 있을까?
나는 짧은 가락 몇 마디도 악보없이는 연주할 수 없는데?
<음악 나라>를 동경하면서도 늘 문턱에서만 서성이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고 서글펐다.
휴식 시간이 끝난 후 연주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집에서 유튜브로 미리 듣고 온 덕분으로
부드러우면서 느릿한 주선률이 명료하게 들렸다.
구애에 실패한 작곡자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고 하였는데 그림을 그린듯 하였다.
1부 라흐마니노프에서 피아니스트에 의해 가려졌던
지휘자의 모습이 비로소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교감하며 지휘하는 모습은
섬세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자세여서
커다란 달항아리를 빚는 도공의 모습을 보는듯 하였다.
이 곡은 표제곡으로
1. 꿈, 정열,
2. 무도회.
3. 들판의 풍경.
4. 단두대로의 행진.
5. 마녀들의 론도. 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무도회>의 선률을 들으면서
나도 무도회에 초대된듯 사뿐사뿐 춤을 추고 싶었다.
오보에의 선률이 목가적으로 노래하는 <들판의 풍경>은
새들이 노래하는 푸른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였다.
<단두대의 행진>에서 타악기의 역할이 뚜렷하였다.
제일 뒷편에 세워둔 2개의 커다란 놋쇠 종처럼 보이는 것이
무슨 악기인지 궁금하였는데 <마녀의 론도>에서
팀파니와 함께 종을 연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간간히 2대의 하프의 은은한 선률을 들으면서
음악나라의 문언저리에서 서성이는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
라흐마니노프 연주가 끝난 후.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앵콜 연주가 끝난 후.
베를리오즈 연주가 끝난 후.
무대 뒤에 세워진 놋쇠 종. 이 악기의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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