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마산성지여자고등하교 총동창회 (11회)
일시 : 2023. 4. 11. 화. 12시
장소:상제리제 귀족 1층 노블리티홀 (강남구 대치동)
서울로 이사온 후 재경 여고 동창회에 참석하였다.
나는 2010년 딸 유학차 서울로 이사왔기에
여고동창회에 참석하기는 하였지만 어쩐지 불편하였다.
일찍 서울에 와서 친목 모임으로 이어오던 여고동창회여서
나는 중 1년때 내 짝지였던 은희가 살갑게 나를 챙겨주기는
하였지만 나는 늘 이방인처럼 겉돌았다.
같은 친구이지만 일찍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들은
어쩐지 서울 사모님같았고 나는 시골 할머니 같았다.
4/4분기별로 모이지만 다른 일로 참석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서울 살이 15년 차이지만 나는 여전히 서울지리가 어두워
환승역을 놓치기도 하고 반대방향의 전철을 타기도 하였다.
동창회에 참석하면 회비를 내고 밥만 먹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지난 번 3월 중순 동창모임에서 재경 총동창회를 한다고 하였다.
나는 소극적이고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편이라 못들은척 하였다.
총동창회에 참석할 정도라면 경제적인 후원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총동창회 모임에 우리 20회 졸업생 참석률이 저조하다고 하였다.
총무의 독려에 망설이다 뒤늦게 참석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경제적인 후원은 못하더라도 박수라도 열심히 쳐 주리라 생각하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총동창회 모임에서
기수 별로 장기 자랑을 하여야 한다고 하여 총동회를 앞두고
어제 오후 양재역 근처의 노래방에서 모여서 연습을 하였다.
흘려간 옛노래 '노란 샤쓰입은 사나이' 노래에 맞추어
안무를 하여 다같이 트위스트 춤을 추기로 하였는데
마음과 달리 다리가 움직여 주지 않고 순서도 잊어 버렸다.
서로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2시간 정도 연습을 하니
쉬운 동작은 따라 할 것 같았는데, 노래 가사에 맞춰서
안무를 하려고 하니 노래와 춤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오늘 12시 식전에 모여 한번 더 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머리에 붉은 꽃을 달고 흰색 반팔 셔츠에 청바지, 흰운동화
황금빛 보자기를 두르고 선글라스를 쓰고 연습을 하였다.
테이블에 앉은 선배들은 모두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서로 비슷하게 늙어가는 것 같았고 모두 고운 모습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얼굴은 주름져도 마음은 여전히 여고생들 같았다.
식순에 따라 개회사.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을 하였다.
참 오래만에 큰 목소리로 애국가를 불려 보는 것 같았다.
연혁보고. 회장 인사말, 결산 보고, 감사보고가 이어졌다.
신임회장 취임사. 신임 임원 소개에 이어 교가 제창을 하였다.
이제는 거의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교가를 부르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맺혔다.
단발머리 세라복 소녀가 언제 이렇게 할머니가 되었을까?
공부시간에 졸음에 겨룬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펼쳐었었는데....
학창 시절 5월이면 어머니날 행사, 스승의 날 행사, 성모의 밤행사.
칠판 왼편에 붙어 있는 수업시간표를 보면 절로 한숨이 나왔는데...
구르는 낙엽에도 깔깔 웃고 노래하던 꿈많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총동창회 참석하는 기수는 우리가 마지막이고 모두 선배들이었다.
8회 졸업생 언니가 가장 연장자였는데 모두 온화하고 멋있어 보였다.
우리도 선배 언니들처럼 사회에 봉사하며 곱게 늙어가고 싶었다.
제 2부 오찬, 건배가 끝나고
제 3부 기수별 장기자랑을 하였는데 역기 우리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최대 참가자상과 장기자랑 3등상도 받고 서서히 마무리를 하였다.
내년은 우리가 여고 졸업한지 50주년이 되는해.(언제 이렇게 빨리?)
졸업 50주년을 맞이하여 뜻깊은 행사를 치루면 좋겠다.
모처럼 나이를 잊고 웃고 떠들고 푸짐한 선물까지 잔뜩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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