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7박 8일 그리스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
학창시절 고전읽기 반 동아리에서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난 후
가고 싶었던 그리스를 언젠가는 가겠지? 막연하게 생각하였는데
이제야 신화의 땅을 가게 되었으니 뒤늦은 감도 있지만 감격스럽다.
돈과 시간이 있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불시에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막히니
돈과 시간이 있어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갈 수 없었다.
여행의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건강이었다.
딸 아라가 직장을 구하면 함께 자유여행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점점 나이는 먹고 건강에 자신이 없으니 우선 나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겨울 예약을 하였다.
그리스 여행을 생각하면 너무 좋아서 몰래 웃기도 하였다.
책장에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꺼내 읽기도 하고
집앞 도서관에서 <그리스 1달 살기> <Just go 그리스> 등
그리스 여행에 대한 책들을 여러권 읽으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예매한 상품은 아테네 등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출시된 여려 상품이 있었지만 내 경제적인 상황에 맞춰서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였더니 내 희망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인 크레타 섬도 가고 싶었지만,
산토리니에서 1박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하였다.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국적기 비행기를 이용하고
크레타섬과 주변의 작은 섬들이 포함된 호화스러운 상품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수박 겉핥기식 으로 그리스가 이런 나라로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하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기를 조심하였으며 피곤하지 않으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새벽 일찍 잠이 깨여 더 힘들었다.
가톨릭 신자이므로 <9일 기도>를 드리면서 성모님께 간청하였다.
처음 예약하였던 날짜는 그리스 여행에 가장 적당한 4월 중순을
선택하였지만, 올해는 부활 주일이 4월 중순이어서 변경하였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이쁜 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올 해는 개화가 앞당겨져 흐드러진 벚꽃도 볼 수 있어 축복받은 기분이다.
설레는 여행이지만 집떠나면 고생이다는 말처럼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매일 짐을 싸야하는 번거로움. 잠자리 바뀌면 숙면을 할 수 없는 까칠함.
무엇보다도 혼자서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딸 아라가 걱정이다.
또 내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미안하다.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과 걱정에도 그저 집을 떠난다는 자체가 좋다.
내안에는 일상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유목성도 있는 모양이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하는 만큼 매사에 조심하며
그리스 신화의 세상을 경험하고 안전하게 귀가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