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언택트 교류 음악회

푸른비3 2021. 3.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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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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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교류 음악회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2021. 3. 2. 화 오후 7:3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언택트 음악회를 연다고 하였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언택트 음악회는 어떤 음악회일까?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음악동호회를 통하여 미리 티켓을 예매하였다.

 

꽃샘 추위가 제법 기승을 부리는 오후 시간,

마음은 벌써 봄이라 봄옷을 입고 갔더니 쌀쌀하였다.

광화문 광장은 지금 공사로 어수선하였으나

멀리 하얀 화강암 산봉우리가 꽃송이처럼 곱게 보이고

하늘은 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맑고 투명하였다.

 

언택트 공연이라 한국공연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러시아 공연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 볼쇼이홀에서

녹화중계하여 우리는 공연석에 앉아서 두 나라의

정상급 성악가의 연주를 편안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었다.

 

1부는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무소르그스키.

이탈리아의 로시니의 주요 작품들을 연주하였는데

서울에서는 장윤성이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리톤 김인휘.  테너 김동원.  소프라노 서선영이 연주하였고.

모스크바에서는 볼쇼이 오페라 주역 가수, 아나스타샤 사로키나.

막심 파스테르, 니콜라이 카잔스키. 마리아 체르니코바(피아노)의 연주였는데

우아하고 아름다운 볼쇼이 오페라 극장을 화면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모두 정상급의 성악가들의 무대로 내 귀에는 최고의 연주라고 생각되었는데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중 타티아나 아리아를 연주한

소프라노 서선영의 연주는 신비스럽고 놀라웠다.

기량도 훌륭하지만 한국어도 아닌 러시아어(?)로 그 긴 가사를 어떻게

암보로 연주할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2부는 프라임 오케스트라의 차이코프스키 '폴로네이즈' 연주에 이어

러시아 민요와 한국민요를 불렸는데 두 나라의 정서가 다른 듯 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서로 비슷한 정서가 흐르는 듯 하여 공감이 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민요 '검은 눈동자'와. '백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이어서

마음속으로 그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선률을 같이 흥얼거렸다.

이번에 처음 들었던 '마부여, 말을 재촉하지 마오'의 곡은 나 자신 주인공이 되어,

어둠이 스며드는 고요한 숲속을 달리는 마차위에 내가 있는듯 하였다.

 

'장일범의 가정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장일범과

오페라단 단장인 김경아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두 분 모두 러시아에서 공부한 연주가들이라 러시아어도 원어민처럼

능숙하게 잘 구사하여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을까? 부러웠다.

 

러시아의 전통민속악기 4인조 연주가 두브라바 콰르텟의 연주도

호기심으로 지켜 보았는데 어코디언 외에는 처음보는 현악기들이었다.

삼각형 모양의 리라같은 악기도 있고 목이 기다란 악기도 있었다.

'발랄라이카'. '돔부라'라는 악기라고 하였는데 기타처럼 연주하였다.

 

이번 공연은 전좌석 1000원으로 신청이 가능하였는데

나처럼 호주머니가 얕은 사람에게는

수준높은 연주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문화적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콜곡은 러시아의 민요 '모스크바의 밤', 

한국의 가곡 '보리밭'으로 무대가 끝났는데

달콤하면서도 애잔한 '모스크바의 밤'의 선률이 가슴속에

냇물처럼 흐르는 속에

푸릇푸릇한 청보리가 춤을 추는 광경이 떠 올랐다.

연주회장을 나오는 내 마음에도 곧 청보리가 피어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