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친절한 복희씨

푸른비3 2021. 1. 31. 02:47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소설집

문학과 지성사 (2007년 초판 1쇄 발행. 2019년 42쇄 발행)

(2021. 1.27~31)

 

박완서(1931~2011)는 '국민 이야기꾼'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이다.

그녀의 데뷔작 <나목>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였으며

당시의 시대상을 풍경화를 보는 듯이 그릴 수가 있을까? 감탄하였다.

'문학사상'에 연재된 소설 <도시의 흉년>에 푹 빠져 그 다음편을 기다리곤 하였다.

 

그녀의 초기의 작품은 대부분 자신의 성장기의 이야기를 서술하였던 것 같았다.

개성에서 자랐던 유년기의 기억을 어쩌면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아들의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이사한 어머니를 따라 서울의 산동네로

이사를 하였던 그 당시의 모습도 생생하게 서술한 글을 읽는 즐거움이 컸었다.

 

장편 소설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듯했네>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날의 삽화><친절한 복희씨>

산문집<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 많은 걸작을 남겼다.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등

한국 문학지의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40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어쩌면 그렇게 왕성하게 글을 쓸수 있었을까?

그동안 글을 쓰고 싶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면할 때 까지 글을 썼다.

 

나는 도서관에서 그녀의 문체를 좋아하여 작품이 눈에 띄는대로 읽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번에 한강도서관에서 대여한 <친절한 복희씨>는 제목이 눈이 익어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하여 망설였는데(요즘 기억력이 나빠져서) 새로운 내용의 글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도 기회만 되면 읽을 생각이다.

 

이 책은 그리움을 위하여. 그 남자네 집. 마흔 아홉살.  후남아, 밥 먹어라. 거저나 마찬가지.

촛불 밝힌 식탁.  대범한 밥상.  친절한 복희씨. 그래도 해피 엔드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촛불 밝힌 식탁만 화자가 남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자가 서술한 줄거리인데

마흔아홉 살.  거저나 마찬가지 2편을 제외하고 모두 노인층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리움을 위하여>에서는 바로 화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보다 8살 아래의  사촌 여동생은 화자의 살림을 도왔지만 그녀의 수다가 싫어

한 집에 살기를 거부하였으나,  환갑 진갑이 지난 나이에 남해의 사량도로 휴가를 갔다가

그곳에서 홀로 된 노인을 만나 재혼을 하여 사는 이야기였는데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하였다.

 

<그 남자네 집>은 친구가 이사한 성신여대 근처의 땅집으로 놀려 갔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그 남자네 집을 찾아 가게 되었는데 전쟁 후의

파괴된 서울에서도 젊은이들은 포장마차와 영화관을 찾아 다니며 데이트를 하였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평온한 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마흔 아홉살 등 나머지 이야기들도 눈 앞에 보는 듯이 등장 인물과 배경을 그려 놓았는데

나도 평소에 느꼈던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끄집어 내어 표현하였을까?

은퇴하여 귀향한 서울 외곽의 풍경과 그 속에서 적응하여 살아가는 노부부의 생활.

치매에 걸려 시골에서 사는 노인의 모습 등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잘 서술하였다.

 

마지막으로 실린 <그래도 해피 엔딩>의 글도 작가의 서울 외곽의 삶을 잘 그려낸

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속에서 시골 남자들에게 놀림을 받았으나

제목처럼 택시기사에게 멋쟁이 사모님 이라는 말을 들어 그래도 해피 엔딩인 것처럼

수록된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러가지의 사건이 있었지만 화해로 끝나는 소설이었다.

 

해설-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를 쓴 김병익은 나목 당선작 인터뷰를 하였던

내용을 썼으며 문장의 빠른 속도감이 젊은 세대 작가와는 다르다고 하였다.

박완서에 의해 노년문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내가 말하는 노년문학이란

노인이기에 가능한 원숙한 세계 인식,  삶에 대한 중후한 감수성, 이것들에 따르는

지혜와 관용과 이해의 정서가 품어져 있는 작품 세계를 드러낼 경우를 말한다(285)라고 하였다.

 

나는 미묘한 인간 심리에 대한 박완서의 여지없는 포착에 차라리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악의, 위선, 이중성, 허위 등 인간의 숨은 악덕과 주름살처럼 낀 삶의 부정적 양상에 대한

박완서의 따끔한 관찰력과 그것을 수다스러운 입심으로 드러내는 문학적 형상력은

그녀 문학의 한 뛰어난 자산일 것이다.(292) 라고 한 해설은 내 독후감과 일치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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