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7. 일. 봄도 이제 막바지이다. 5월이 지나고 6월에 접어들면 곧 여름이다. 나이가 드니 금방 멀어져 가는 봄날이 안타깝다. 짧은 봄날을 길게 느끼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수락산을 올랐다.
산 초입부터 향긋한 꽃향기. 이 꽃향기가 어디서 나오는가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등산로 입구의 자잘하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 모르는 나무앞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도 나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산이 좋아 산을 찾지만, 산은 언제나 너무 힘들다. 그냥 나무그늘에 앉아서 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도 모처럼 왔으니 끝까지 따라 가야지?
나만 느리고 모두 산다람쥐처럼 빠르다. 길섶의 연분홍 싸리꽃도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전망좋은 곳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도봉산의 멋진 자태의 바위를 보며 이런 기쁨을 누리고 싶어 산을 오르는 게 아닌가 ? 스스로 위안한다. 앞서가는 친구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숨이 턱에 차도록 뒤쫓는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갑지만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 한줄기에 다시 마음을 추스린다.
혼자 산행을 한다면 중도에서 포기해버렸을 것이다. 문득 무슨 일이든 이렇게 인내한다면
못 할게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돈도 이렇게 번다면 부자가 될 것이고 공부도 이렇게 한다면 일등을 할것이다. 그래서 산에서 인생을 배우라고 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오늘은 특별식으로 소고기 등심구이. 소고기를 준비한 난희는 컨디션이 안 좋아
도중에 머물고 덕분에 우리는 배가 부르도록 등심구이를 먹었다. 혜자가 가꾼 상추. 케일등으로 맛있게 먹었더니 조금 과식을 했나보다. 하산길에 결국 나는 산속에서 응아를.... 내 평생 산속에서 응아하기는 처음이다.ㅎ 배설의 기쁨을 누리고
길고 긴 하산길이었지만 친구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오늘도 친구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작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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