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콘서트홀에서
2017.1.13. 금.
지난 해 개관한 롯데 콘서트홀은 집에서 지척인 연주홀이지만,
티켓 값이 얇은 주머니인 내가 가기에는 만만치 않았고,
요즘 카페에서 기금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에 잊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음악을 입으로만 좋아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다.
솔직히 이번 연주회에도 연주보다는 궁금하였던
롯데 콘설트 홀에 갈 수 있다는 기쁨으로 이 날을 기다렸다.
차량 체증을 염려하여 일찍 집을 나섰더니,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백화점을 한 바퀴 돌았다.
유명 명품을 다 모아 놓은 듯한 이곳.
매장의 장식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였다.
다시 한 점 경제의 양극화를 체험하였고,
상대적 빈곤감으로 잔득 마음이 움츠려 들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 전용 엘리베이트를 타고
8층에 올라갔더니.....어머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나는 잊고 살았던 이곳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였을 줄이야.
기대와 설레임으로 티켓을 받고 안내인의 따라
좌석을 확인하니 애개개....무대의 뒷편이었다.
다행히 발코니석이라 가까이에서 단원들의 연주와
지휘자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단원의 입장이 끝나고 드디어 등장한 백발의 린 하렐.
사전 검색을 하지 않았기에 유대인 연주자라고 생각하였다.
팽팽한 긴장속에서 울리는 린 하렐의 연주는
가슴속에 따뜻한 위로의 말은 건네는 듯 하였다.
무대 뒷편 좌석에 앉아 있으니 연주자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내가 마치 그림자 사람이라도 된 듯 하였다.
연주자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지휘자를 바라보니,
지휘자의 섬세한 메세지 하나하나를 지켜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때 팀파니 곁에 앉아 있는 저 연주자는
무엇을 연주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일까?
자꾸만 그 연주자에게로 눈이 갔다.
그는 바로 트라이앵글 연주가였다.
그 연주가는 트라이앵글 한 번 두들기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악보는 어떤 것일까?
서울시향 단원이니 똑 같은 보수를 받겠지?....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빙긋 미소지었다.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하는 관중들.
솔직히 뒷자리에 앉아 있으니 내가 그림자 같은 생각이 들어,
그다지 손뼉을 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내 곁의 사람은 손바닥 불이 나도록 손뼉을 쳤다.
몇 번의 커튼 박수가 이어지자 린 하렐은
수석 첼로 주자와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였다.
연주가 끝나자 그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수석 연주자의 연주를 칭찬하였는데....
20분의 휴식 시간에 홀 바깥으로 나오니
저녁 식사를 거른 사람들이 테이블에 선 채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잇었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이렇게 많구나....속으로 감탄.
휴식 후 들은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지휘자와 단원들의 호흡을 무대 뒤에서 들으면서
관악기의 소리, 특히 오보에와 플루트의 음색이
참 아름답구나....생각되었다.
뮤직 오딧세이 덕분에 이번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음에 수고해 주신 카페지기와
함께 연주를 즐긴 여러회원님들에게 감사드린다.
해피 뉴 이어~!
'음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지혜 피아노 독주회 (0) | 2017.01.15 |
---|---|
고구려 고분벽화 (0) | 2017.01.15 |
강주이 비올라 독주회 (0) | 2016.09.13 |
우리 동네 음악회 (0) | 2016.08.13 |
제 6차 센 트리오 정기 연주회 (0) | 2016.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