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24.일.
7시 비행기로 출발하여 제주에 도착하니 어느새 8시.
곧 버스로 이동하여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진달래 대피소를 12시 이전에 통과하여야만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개방한다고 하여
버스안에서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그냥 제주의 햇빛과 바람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왔지만,
언제 내가 다시 한라산 등반을 할 기회가 생기겠는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고 가장 남쪽 끝의 산인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꼭 백록담을 보고 싶었다.
일단 12시까지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여야만 하니
부지런히 걷는 수밖에 없었다.
한라산 눈꽃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없었지만,
대신 하얀 나무 가지 사이로 펼쳐진 하늘이
마음까지 환하여 씻어주는 듯 청명하였다.
등산로 양옆으로는 육지에서는 보지 못하였던 나무,
길쭉한 모양의 잎이 아래로 축처진 나무의 잎사귀가
투명한 햇살을 받아 동백잎처럼 반짝였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아왜나무라고 하였다)
혹시나 추우면 어쩔까....걱정하였는데 봄날처럼 포근하여
한 굽이 오를적마다 옷을 한 겹씩 벗어야만 하였고,
나중에는 장갑도 벗어야만 할 정도로 더웠다.
높이 오를수록 나무의 종류가 달라지는 듯 하였다.
하얗게 죽어 서있는 고사목.
겨울에도 푸른 모습을 간직한 구상나무,
제주도 자생지인 비자나무는 어느 나무일까?
생물시간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나무들 사이로 녹지 않은 눈들이 점점 두텁게 쌓여 있었다.
길 얖옆으로는 키작은 둥근 잎모양의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졌다.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도만의 독특한 모양의 검은 돌로 만들어진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같이 출발한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갔거나 뒤에 처진 모양이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올랐던 성판악은 4-1부터 시작하였는데 4-4가 끝이겠지?....
하는 추측과는 달리 끝이 없이 이어졌다.
내가 정말 12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걱정되었지만
우선 하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12시 10분 전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와. 순이가 통과하다니 대단하다~!면서 반겨 주었다.
평소에 걸음이 느린데다 발이 아프다고 하였으니 의외였나 보다.
하긴 나 자신에게도 대견하여 상이라도 하나 주고 싶었으니....
여행사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붉은 비닐 봉지안에 밥 한 덩이와
비닐에 담긴 카레 한 봉지, 그리고 손나로 하나였다.
손난로를 밑바닥에 놓고 물을 조금 부으면 저절로 열이 나서
밥과 카레를 따듯하게 데워주었는데 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아침에 사과 하나를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으니
어서 밥을 먹고 싶었으나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였는데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산행 대장이 시간이 없다고
내가 먹고 있는 도시락을 빼앗아 가 버렸다. ㅠㅠ
정상에서도 1시 30분에 도착하지 못하면
백록담을 볼 수 없다고 하니 서울러야만 한다고 하였다.
아까는 혼자서 외롭게 산길을 올랐는데
이번에는 수환친구가 내곁에서 같이 보조를 맞춰 주었다.
(이쁠것도 없고 착하지도 않은 나를 보살펴준 수환친구야 , 고마워)
정상으로 오를수록 양옆으로 확 트인 전망이 시원하였다.
멀리 바다는 해무가 끼여 잘 보이지 않았으나
밋밋한 능선사이로 펼쳐진 들판과 마을이 오손도손 정다웠고,
동글동글한 오름들의 모습이 소설<어린왕자>의 작은 별 같았다.
드디어 정상.
그렇게 보고 싶었던 백롬담을 사진에 담고 돌아서니,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단체사진 찍느라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였다.
이렇게 근끈한 우정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내 친구들이 있기에
힘이 들어도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은 5시간 코스의 길고도 지루한 길이었다.
발바닥은 불에 데인듯 따갑고 쓰려, 어쩌면 발바닥에
흥건히 핏물이 고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를적에는 오직 정상 목적 달성을 마음에 두고 있어 몰랐는데
하산길은 별다른 변화가 없고 마음이 놓여서인지 5분도 너무 길었다.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단 100미터박에 걷지 않았다.
축지법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나에게 주어진 인생길,
꾀부리지 말고 엄살도 피우지 말고,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야겠다는 교훈을 새기게 한 등산길이었다.
등산을 시작한 성판악 입구,
자잘한 들들이 깔린 완만한 등산로.
양옆으로 보이는 아해나무.
현재의 내 위치.
오를수록 수종이 달라졌다.
속밭 대피소 통과.
나무들 사이로 맑은 하늘.
해ㅏㄹ 1100미터 이정표.
뒤처진 친구들은 사라오름으로.
겨우살이 군락지.
같이 산행한 친구 기숙.
나도 한장.
더워서 장갑도 벗어 버렸다.
진달래 대피소를 먼저 통과한 친구들이 눈밭에서 점심 준비중.
밥을 먹기 바쁘게 또 산행시작.
나와 보조를 같이 해준 수환친구.
진달래대피소부터 정상까지는 조금 가파른 능선.
저 둥근 봉우리가 정상이구나.
멀리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밋밋한 능선들의 색깔이 조화로웠다.
기념사진.
발아래로 구름밭.
해발 100미터.
정상 이정표.
드디어 눈에 들어온 백록담.
물은 얼어붙었고.
인증사진.
정상 표지석에서 단체사진.
안내도.
하산하면서 다시 한 번 눈에 넣은 백록담.
안녕. 다시 널 볼 수 있을까?....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
넓고 편편한 저곳에서 좀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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