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22.일.
장마비가 오락가락.
아침에는 제법 세찬 비소리에 마음 흔들렸다.
천둥번개가 치지 않으면 산행을 취소한 적이 없기에
그래도 약속을 하였으니 일단은 가야겟지....하고 도시락을 챙겼다.
다행히 빗방울은 가늘어지고 간간히 해님이 얼굴을 내밀기도 하였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한번도 가 보지 못하였던 산 대모산.
강남 서초. 서울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 이런 산이 있었구나.
더구나 해발 300미터정도의 나즈막한 육산이라
험난한 산보다는 내가 산행하기에 좋을 듯 하였다.
검색해보니 집에서 9정거장이면 수서역이다.
와, 이렇게 가깝게 이런 편안한 산이 있는 줄 몰랐구나.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산행대장. 난희, 순자. 남일이가 벌써 도착하였고,
내 뒤를 이어 기인이, 곧 혜자와 세덕, 윤호 ....모두 9명이다.
우중 산행치고는 이만하면 편안한 숫자다.
마을 뒷산이라서인지 배낭도 없이 그냥 평상복을 입은
등산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많은 인파로 붐빌 것 같았다.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대부분이었는데 숲속사이로 난 길은
마치 골목길처럼 편안하였다.
사방에서 싱그러운 초록의 냄새가 스며들고,
발밑은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음미하는데 숲속을 적시는 비.
차라리 우산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는
내렸다 개였다는 반복하는데 습도가 높아 어찌나 무더운지....
아마 혼자의 산행이었다면 인내심이 부족한 나는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가 버렸을 것이다.
대모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호젓한 장소에서 점심식사.
맛있는 깻잎 삼밥을 싸온 순자는 속이 좋지 않아 점심도 못먹고.....
대신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친구들이 맛있게 냠냠.
(순자야. 이제 속이 조용해졌냐?)
어서 집에 가서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 쏘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산행 대장은 또 구룡산을 가리킨다.
어? 오늘 두 산을 등산하기로 하였나?
하는 수없이 다라 가자니 헉헉.....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땀은 눈을 가리고....
이왕 나섰는데 중도 하차 할 수는 없지?
구룡산전망대에는 어느새 가을을 예고하는 듯
고추잠자리들이 빙빙 날아다닌다.
그래....곧 또 가을이겠구나.....
더위도 한 철.
우리는 또 다시 가을을 맞이하고 또 한해를 보내겠구나.
한참을 내려오니 키가 큰 두그루의 오동나무가 우리를 반겨 준다.
마치 사이 좋은 부부같기도 하고 연인같기도 한 두 나무.
봄이면 연두빛 꽃이 환상적이겠구나.
마을로 내려오니 혼잡한 도시의 소음.
그래도 조그마한 비탈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손바닥만한 밭을 가꾸어 고구마,파. 토마토를 심어 놓았다.
햇살에 익어가는 토마토를 보며 나도 저런 밭이 하나 있었으면.....
양재천으로 향하는 친구들에게 바이바이....손 흔들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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