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눈속의 북한산 산행기.

푸른비3 2011. 1. 29. 06:10

2011.1.23.일.눈.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이다.

일기예보에서 눈소식이 있어 약간 걱정되었지만

든든한 내 친구들이 있어 함께 설중 산행을 하고 싶었다.

 

잔뜩 무겁게 내린 잿빛 하늘아래 친구들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지난 주 태백산의 혹독한 추위를 겪었기에

북한산은 오히려 포근하다는 느낌 까지 들었다.

우리가 오른 길이 폭 감싼 지역이었기 때문일까?

 

족두리봉을 지나니 희끗 희끗 날리는 눈발.

와, 기어이 눈이 내리려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눈발은 점점 굵어져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로 많았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북한산을 몇번이나 다녔지만 이렇게 눈속 산행을 하기는 처음이다.

 

펑펑 내리는 눈속에 새들도 길을 잃고 가가운 나무 가지위에 깃든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의 자태가 고와 사진을 당겨 담아 보려니 휘리릭 날아간다.

눈이 내려 덮히니 갑자기 온 세상이 조용하다.

눈은 시끄러운 소음까지 덮어 버리는 것일까?

등산객의 움직임이 마치 무성 영화속의 장면들 같다.

 

마음은 앞 서 가는데 몸이 무거우니 자꾸만 뒤쳐진다.

친구 용성이가 앞에서 끌어주고 해용이가 뒤에서 바쳐주니 든든하다.

이제 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 진 것 같다고 추켜 세워주니 더욱 상승된 기분이다.

그러나 역시 높은 바위앞에서는 몸이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미끄러운 바위앞에 서니 마음과 몸이 얼어 붙어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뒤로 밀리는 내 엉덩이를 밀어주는 손길이 있어 영차~! 하고 간신히

바위위에 오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깔깔 웃음이 나왔다.

 

내뒤의 친구도 엉겹결에 떨어지는 호박을 받아 안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우리는 서로 마주 바라보고 또다시 깔깔.....

산이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런 사심없이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런 친구들이 있어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계속 이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공원 지킴이들이

더 이상 오르는 것을 제지하니 내려 갈 수 밖에 없다.

산에서는 안전이 우선이니 규율을 따라야지....

 

계속해서 눈은 쏟아지고 점점 배는 고파지고....

동굴을 찾아 내려갔지만 너무 좁아 8사람이 앉기에는 부족하다.

상복이 친구가 커다란 바위아래로 인도하여 다시 내려왔던 길을 오르니

전망이 확트여 다소 춥지만 그곳이 상차리기에 적당하였다.

 

해용 친구가 준비해온 홍합탕과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로 설명이 어렵다.

해용 친구는 그 무거운 껍질 홍합를 친구들에게 먹일 생각으로

베낭이 터질듯이 잔득 짊어지고 왔으니 다시 한번 우정을 느끼게 한다.

 

눈은 쉬지 않고 쏟아져 모자와 어깨가 하얗게 눈으로 덮혀

모두들 마치 설인국 사람들 같지만 따듯한 국물이 들어가니

마음은 훈훈하고 든든해졌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한잔씩 나누고 하산을 서둘렀다.

 

솜처럼 두툼하게 덮힌 나무들을 사이로 걸어 내려오니,

책속에서 보았던 동양화  그림속을 걸어 내려 오는 듯 하였다.

눈앞의 하얀 눈이 덮힌 소나무 한 그루는 얼마전 국립 박물관 조선후기작,

<이인문 특별전>에서 보았던 바로 그 <설송도>를 눈앞에서 보는 듯 하였다.

 

계속 내리는 눈속에 얼굴과 손발은 추위에 꽁꽁 얼었지만,

마음은 더없이 포근하고 아늑하기까지 한 눈속 산행이었다.

(함께 해 준 친구들아 모두 고마워~~~!) 

 

며칠전 내린 눈이 남아있는 산등성이.

 

족두리봉으로 향하여.

 

바위 오르기는 아직도 무섭다.

 

앞서 오르는 친구들.

 

바위위를 오른 기념으로 한장.

 

멀리 보이는 족두리봉.

 

족두리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당겨서.

 

모자가 하얗게 눈으로 덮혔다.

우리 아라는 이 모자를 쓰면 내가 더욱 몽골인같다고 제발 쓰지 마라고 당부하지만.....

 

나는 내 조상이 몽골임이 오히려 자랑스럽다.ㅎㅎ

 

두툼한 솜이불을 덮어 쓴 듯한 소나무.

 

백색의 세계로 변해가는 북한산.

 

혜자는 눈위에 지팡이로 뭘 설명하는 것인지?

 

눈속에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의 자태.

  

눈은 세상의 소음을 다 빨아버린듯 세상이 조용하다.

 

점심을 먹은 자리에서 바라본 눈아래의 소나무.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멀리 인간 세상이 물러난 듯, 내가 마치 선인의 세계에 발을 디딘듯한 기분이다.

 

커다란 바위를 등지고 식탁을 준비중.

 

식사 준비중인 두 친구.

 

은세계로 변하는 눈앞의 풍경이 아름다워 이곳 저곳 사진에 담아보았다.

 

 

 

 

 

 

 

 

이인문의 <설송도>를 옮겨 놓은 듯한 소나무.

 

 

 

  

 

신선의 세계에서 하산하니 인간의 세상도 흰눈으로 아름답게 변하고 있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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