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웠다.
가고 싶은 칠갑산도 가지 못하게 하여
갈 수 없으니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번 남편과의 전쟁으로 오히려 내가 불리해졌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는 천천히 다음에 정리하자.)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몇걸음 뒤로 후진해야지....
이불속에 누워있었지만 한번 깬 잠은 오지 않았다.
끄응~하면서 일어나니
남편이 부스럭 거리며 여보 아침먹고 무학산갈까? 한다.
아무 대답도 없이 딸아이 방으로 건너왔다.
성당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해는 구름속에서
희뿌염하기만 하고 스치는 바람이 너무 차다.
칠갑산 간 회원들은 지금쯤 정상으로 향하고 있겠지?
이렇게 추우니 어쩜 가지 않은 게 잘 하였는지도 몰라....
그래도 마음은 자꾸만 움츠려진다.
하긴 내가 일요일 집을 비우면
남편과 아이들만 집에 오글오글 남게 되니
세끼 밥 챙겨먹기도 서글플거야....
이왕 집에 있으니 밥이라도 따뜻하게 챙겨먹여야지.
남편이 좋아하는 즉석 돌솥밥과 닭도리탕을 해서
밥상을 차려 함께 식탁에 앉았지만
내 시선은 자꾸만 식탁보에만 갈뿐
남편에게로 향하여지지 않는다.
대화도 없이 조용한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창밖의 구름이 걷힌 햇살이 눈부시다.
산보다는 봄을 기다리는 낙동강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번 전쟁이 없었으면 남편은 식사후 담배한대 피우고
그대로 침대속에 잠옷바람으로 드러누워
TV채널만 돌리고 있을텐데, 그래도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고
함께 나설 준비를 하니 나에게도 성과가 좀 있는 것인가?
역시 밖으로 나오니 숨통이 터지는 것 같다.
굳어있던 내 표정이 서서히 펴지는 듯 하였다.
북면을 지나 남편의 어린 시절을 보낸 낙동강으로 향하였다.
전에도 몇번 찾아왔지만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전에는 그냥 마을에 차를 주차시키고 한바퀴 휭
둘려보고 다시 떠나왔던 임해진 마을을
오늘은 나와 함께 언덕을 넘어 강변으로 나가 보았다.
시들은 키큰 잡풀사이로 파란 겨울초가 자라고 있고
수량이 줄어버린 강언덕에 매달린 빈배만 바람을 안고 흔들린다.
저 건너 모래밭에서 나 잡아봐라~~~한번 해 보았으면....ㅋㅋ.
낙동강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도로의 군데군데에서
차를 멈추어 내가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니 참 많이 변하였구나....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로 향하였다.
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만 보였는데
이제는 많은 인파들이 겨울 철새보는 것을 즐기나 보다.
참으로 오래만에 남편의 팔짱을 끼고
주남 저수지 강둑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가까운 수면위에 둥둥 헤엄치는 청둥오리가족.
멀리 우아한 날개를 접으며 수면아래로 미끌어지는
하얀 백로와 재 두루미가족들.
성능이 좋은지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귀옆이 빨간 재두루미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어머나....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강둑을 내려오니 야생화를 가꾸는 집이 보였다.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냐?
겨울속에 봄을 기다리는 앙증맞은 이쁜것들에게
아, 그래...너로구나. 대견하구나....
중얼중얼 인사말을 건네고 나와
도립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도립미술관 생긴게 4~5년 되었을까?
남편은 아마 처음 방문일 것이다.
그림 좋아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기에
내키지 않지만 몇번 미술관을 찾아갔지만
언제나 운전 기사역활만 하고 미술관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던 내 남편.
곁에서 그림을 보면서 하는 말이 참 걸작이다.
뭐 유명한 화가들 그림이라더니만 니 그림보다 못 그린것 같다.
푸하하....옆에 사람 들을라....여보....
하긴 남편눈에 알 수 없는 그림들이니....
미술관안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일몰도 보고
폐관 안내 방송을 들으며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용지 호수가 바라보이는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려니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이 난다.
이제 다 커버렸다고 함께 따라 나서지 않으려는 두 아이.
엄마 아빠 오붓하게 데이트 즐기고 오세요~!
하고 등떠밀던 내딸은 저녁을 먹었을까?
봄을 기다리는 보리밭.
햇살이 부셔져 황금비늘처럼 반짝이는 강물.
바람만 한 가득 안고있는 빈배들.
문이 국게 잠겨 들어가 보지 못하고 아래에서 바라본 정자.
낯선 사람을 보고 열심히 짖어대는 강아지의 울음속에도 봄이 가득 담겨있는 듯.
낙동강도 새봄을 기다리는 듯....
북면에서 가는 길에 바라본 주남 저수지.
철새들의 보금자리 주남 저수지.
사진기가 좋지 않아 흐릿한 철새들.
사랑스러운 것들에게 눈인사도 보내고....
찻집도....
경남도립미술관 전경.
귀여운 아이가 제 누나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장면.
디자인전시회.
아시아 작가현장전시회.
미술관 창으로 바라본 일몰.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남저수지근처의 야생화집. (0) | 2008.02.04 |
---|---|
부산에서 동창회를.... (0) | 2008.02.04 |
내 친구의 장군 퇴임식 (0) | 2008.01.15 |
송구영신(2008년) (0) | 2008.01.10 |
2008년 새해�이 (0) | 2008.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