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어느덧 햇수로 몇번째인가?
돌이켜 생각하니 아득한 저 멀리인것 같기도 하고
바로 엊그제같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의식속에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동짓날, 성탄절,
그 뒤를 따라 새해맞이를 하였고,
어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떡국을
먹었고 동지팥죽의 새알을 헤아려 먹기도 하였다.
사춘기이후에는 일기장속에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고
후회와 회한을 남기기도 하였고,
다가오는 새해의 결심을 적어 넣기도 하였었다.
결혼 후 바쁜 일상 생활속에서도
한해의 마지막 날에는 일기장을 꺼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한해의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적어 넣기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쩐지 별 의미도 없이
그냥 부초처럼 흔들리며 새해맞이를 했던 것 같다.
지난 연말 가까이 다가오자
남편은 혼자서 사흘쯤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하였다.
나도 그렇게 혼자서 여행하는 걸 좋아하기에
남편에게도 혼자의 시간을 갖는게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나대로 그냥 아이들과 조용히 집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가끔은 부부도 서로에게서
떨어진 시간을 갖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랬는데
남편은 막상 혼자 떠나기가 두려웠던지
자꾸만 가족 모두 여행하기를 원하였다.
군대 제대후 집에 있는 아들도 데리고
함께 동해를 거쳐 서울에 다녀 오자고 하였다.
아들과 함께 여행할 기회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아.
나도 동의 하였는데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라는 그냥 혼자서
집에 남겻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 가족 여행도 쉽지 않지....
아이들은 머잖아 둥지를 떠날테고....
30일 오전에 집을 나섰다.
동해를 거쳐 서울로 가자고 하였던 계획이
갑자기 변경되었다.
너무 추운 날씨에다가 눈이 내릴거라는 기상예보에
남편은 처음에는 체인을 사서 까고 가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막상 체인이 별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지
사는것을 망설였다.
서울서 내려올적에 동해를 거쳐 오기로 하고
김천 직지사로 향하였다.
김천이 가까워지자 하늘에서 희끗희끗 날아오는
옅은 크리넥스 조각같은 것이 흩날렸다.
눈이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렸다.
나도 내심 눈이 반가웠지만 운전하는 남편은
잔득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모르는 길을 물어 가야하고
바닥은 미끄럽고 시야는 맑지 못하니
자연히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직지사입구에
우리를 내리라고 하고는 자기는 그냥 차안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여기까지 왔으면서 어쟤 그냥 차안에 있겠다고 하는지....
몇번이나 겪어보았기에
두말없이 내리는 우리에게
길이 미끄러우니 빨리 내려오라고 등뒤에서 소리쳤다.
눈발은 점점 거세어지고
두아이는 좋아라하며 저만치 앞서 가버린다.
혼자이기보다 둘이 있으니 보기 좋았다.
추운줄도 모르고 껑충 뛰어다니더니
어느새 서로 눈싸움까지 하였다.
미끄러운 발밑에 신경이 쓰여
주춤거리면서 걸어야했고
바람이 거세어 목도리를 풀어 모자와 함께
감싸 둘렀더니 나중에 사진속의 내 모습은
성냥팔이 소녀같았다.
대전에서부터 차량 정체가 심하여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는
약속을 취소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잔뜩 기대하였는데....
남편도 서울에서 누굴 만나기로 하였다기에
그런 사람이 있나보다....하였더니
조카와 그의 약혼녀에게 저녁을 사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 자리라면 나도 따라 가겠다하여
간 곳이 동생집근처의 우각.
비싼 금싸라기 땅이어서인지
음식값이 너무나 비쌌다.
갈비 5인분이었는데 계산이 20만원이 넘었다.
내가 잔소리하는 것 같아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외삼촌으로서 조카에게 뽐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서울 올라가면 북한산 등산도 하고
그림 전시회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와야지 하는 계획은
모두 빗나가 버렸다.
31일이 월요일이라 전시장 휴관이었다.
딱 한곳 러시아 민속 박물관전만
월요일도 개관한다기에 전철과 마을 버스를 타고
찾아갔더니....
아이구....
공룡과 맘모스전시장이엇다.
그런 줄도 모르고 거금 1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으니....
마지막날이니 모두 다 바쁜 날이고
너무나 추운 바람에 더 이상 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여울이랑 꿈동산, 은하수를 만났으니
부지런히 발품을 판 셈이었다.
저녁에 가기로 한 일산 돌체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메세지를 보냈다.
저녁 미사도 보지 못하고
새해 미사도 올리지못하고....
한해의 반성과
새해의 계획도 세우지 못하였으니,....
1월1일 새해맞이 해맞이도 가지 않고
늦잠을 자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왜관 수도원에 있는 오빠를 만나고
그냥 동해도 영덕 대게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 부부랑 함께.
너무 추운 날씨탓을 하여야 했을까?
아니면 지쳐버린 내 마음 탓이었을까?
저녁을 집근처 횟집에서 모둠회를 먹고
다음날 나 혼자서 팔용산으로 가서
해맞이하였다.
붉은 기운이 사방에 번지니
장엄하고 경건하였다.
올 한해도 나에게 허락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기도합니다.
욕심없이 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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