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세째주,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아직 늦가을이라 생각하였는데,
이렇게 추을 줄이야.
약속 시간에 맞춰,
꽃마리랑 함께 약속 장소에나갔더니,
역시 항상 일찍 나오시는 나그네님 한분 뿐.
느긋하게 걷는 모임이라서인지
제대로 시간 지켜 본적이 없다.
이런 줄 알면서도 항상 약속 시간에
맞춰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잘못인가?
그날 따라 기다리는 버스는 또 왜 그리 늦은지?
버스를 내린곳이 진전면인지?
나그네님이 내리라고 하여
어디인지도 모르고 따라 내렸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파란빛 작은 트럭.
짐싣는 칸으로 우르르 몰려가 앉으니
추워서 입술까지 얼어 버릴 것 같았다.
거락마을에서 미천마을까지
파란 포터는 잘도 달렸고,
우리는 아흐흐....추워.....
도착한 곳이 시인 송선생님의 아늑한 보금자리.
숲속 양지바른 곳에 그림처럼 앉아있는 집앞에는
철늦은 국화 몇 무더기 소담하게 피어 있었다.
시인 선생님의 거실에서
가져간 도시락과 김밥에
시인의 아내가 끓여온 따뜻한 어묵국으로
점심부터 먹고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단풍들은 다 떨어져
마른 낙엽되어 구르고 있고,
올려다 본 하늘은 영혼까지
빨아들이듯 파랗기만 하였다.
김산님과 보배님의 노래소리는
얼마나 감미로운지 따라간 말띠도
고요히 앉아 경청하였다.
산으로 난 임도를 따라
그동안 밀린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는데
낙엽이 어떻게 한곳에 다 몰렸는지
수북히 산을 이루고 있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더미속을 걷다가
나는 그냥 푹신한 이불같아 드러누워 버렸다.
저만치 앞서가는 지혜님의 새신랑님이
길이 없다고 하여 다가가 보니
의림사 뒤 저수지가 보이는 곳까지만
임도가 뚫려져 있고
그다음은 뚝 끊어져 길이 없었다.
길이 없다니....
어떻게 하지?
되돌아 가야 하나?....
그렇게 오래동안 산길을 잘도 걸어 다녔는데
왜 이곳에서는 끊어진 길 사이로 아무런 길도
없다고 생각하였을까?
산속에 넓은 임도가 더 낯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정관념을 언제 버릴꼬....
산속의 희미한 숲길의 흔적을 찾아
칡넝쿨 헤치며 길을 찾아 내려오니
드디어 의림사 저수지가 나타났다.
신라시대부터 전해오는 의림사는
옛사찰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새로 지은 대웅전과 그곁의 300년 되었다는
모과나무만 저문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려가는 버스 시간이 촉박하여
의림사는 기웃만 하고
마을까지 뜀박질하여 내려갔으나
이미 버스는 가 버렸다.
다행히 내려가는 차편을 얻어타고
큰도로에서 버스를 기다렸으나
미리는 차량체증으로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땅거미는 내려 덮혀 사방은 점점 어두어지고
또다시 손을 들었지만
그냥 지나치는 차량들.
손들고 서 있는 것이 부끄러울 즈음
우리앞에 서 준 차가 어찌나 고마운지....
아들같은 젊은이들에게
복 받을겨~~~인사하고
우리가 출발한 장소로 되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간 곳의 거락마을.
시인선생님의 새 보금자리.
집앞의 조그만 화단에 핀 꽃들.
이렇게 조그만 밭에 일용한 양식도 직접 가꾸어서 먹을 수 있다면....
붉게 익어가는 피라칸샤.
영롱한 빛깔로 타오르던 단풍도 이제 점점 말라가고....
엷은 비단을 펼쳐 놓은듯한 하늘.
모두들 깊은 생각에 잠겨서 가는가?
숲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들을?
숲속의 정자에 앉아 노래도 듣고.
가을이 가족은 4명이 모두 다 참석.
얌전히 노래를 듣고 있는 말띠.
멀리 저도와 연륙교도 희미하게 보였다.
마른 낙엽 이불덮고 한 숨 잤으면....
무릎까지 푹 빠지는 낙엽더미.
이곳에서 임도는 끝나고.
밑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한달 전 결혼한 지혜씨 부부.
저수지에서 바라본 의림사.
의림사도 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수령 300년된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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