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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땅거미가 내릴 무렵, 누군가가 우리집 대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잠시 후 밀집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머뭇거리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 그는, "저 혹시 이 집 어른, 논에 나가셨습니까?....." 하고 말문을 열었다. 나는 문간에서 제법 떨어진 마루에 있었기에, 무슨 말이 이어졌는지 듣지 못하였지만, 엄마와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오빠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마당 한 켠의 드럼통으로 만든 임시로 만든 화덕에는 보릿단을 태워 지은 밥은 식어가고, 장독대 위로 늘어진 석류나무에서 붉은 석류꽃이 지나가는 바람에 툭 떨어졌다. 뉘엿뉘엿 해는 저물고 소먹이를 나갔던 여동생이 소고삐를 쥐고 울면서 돌아왔다. "언니야, 아버지가 물에 빠졌다고 한다. 나도 얼른 가볼게." 동생은 외양간에 소를 몰아넣고 강..

사는 이야기 2024.10.25

중미 배낭 여행-41. 안티구아의 골목

2016.11.12. 토. 안티구아는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에서 북서쪽으로25Km 떨어진 곳으로,  이곳이 바로 과거 과테말라의 수도였다. 스페인에 의해 건설되어 약 200년간 왕궁의 수도로 번영하였지만,지진과 홍수의 피해가 끊이지 않아 1773년 현재의 수도로 천도하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영향을 받아 그리드 패턴(격자 모양)의 도시로최대 번성기에는 인구 7만 명이 거주하였던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였다. 근처에 아구아, 아카테낭고, 푸에고 등 화산이 있어 지진의 피해가 많다.12개의 수도원, 20 여개의 성당, 학원과  대학 등이 있었던 유적지이다. 정식 명칭은 '안티구아(뜻:옛) 과테말라'인데 줄여서 '안티구아'라 부른다. 인구 3만 명의 안티구아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

여행기 2024.10.23

중미 배낭 여행-40. 성 시몬 교회

2016.11.12.토. 아티틀란 호수 마을에는 한국에서 여행왔다가 이 곳의 풍광에 반하여눌려 사는 방랑객들도 꽤 있다고 하였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카페나식당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한다고 하여 일행들 중 몇 명은 그곳에서저녁을 먹고,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치킨과 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새벽에 눈이 일찍 떨어져 눈을 감고 있다가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살그머니 방문을 밀고 나오니 주변의 열대화 향기인지 공기가 달콤하였다.문 앞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얼굴을 간지럽히는 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정원을 바라보니 조그만 도마뱀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기 바쁘게 빠나하첼을 출발하여 안티구아로 향하였다.어제 실컷 바라보고 사진에 담았지만, 차창으로 바라보니 또 새롭다. 아침..

여행기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