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의 길목에서

푸른비3 2006. 3. 27. 08:00

새벽미사 다녀 오는 길에

유난히 재재~거리는 새소리.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니

이름모를 새 두마리가 나무가지에 앉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디 꽃구경가자고 하는걸까?

나처럼 새벽잠이 없는 부부인가?

아파트 입구에서도 "찌르룩~"하는 소리 들려

하늘을 바라보니,

아까 본 새보다 몸집이 큰 새 한쌍이

짝지어 날아 오르는 모습.

 

아~!

봄이 오긴 왔구나.

며칠전 다시 엄습한 추위에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이,

 꽃잎끝이 얼어버려

피기도 전에 검게 변한 꽃잎을 머금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가엾어라. 너무 일찍 피는것도 좋지 않구나.

측은한 눈길을 보내는데

막 튀긴 팝콘같은 꽃잎을 풍성히 달고 서 있는

벚꽃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일요화가회 정기 야외 스케치가 있는 날.

어제 친구랑 여수 동백꽃 보려 간다고

종일 집을 비웠는데,

오늘은 그냥 집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국수나 말아주고 있을까?

이런 갈등도 생겼지만,

겨울동안 한번도 붓을 잡아 보지 않았기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열하여

에라 모르겠다~

하고 베낭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는

엄마가 집에서 우울해 하는 것보다

나가서 햋빛도 많이 쏘이고

그림도 실컷 그리고 오라고 날 격려해 준다.

오히려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는 남편은

오늘 나가면 영영 집에 들어올 생각마라~!

하고 내 발목을 잡아끈다.

그러면 더 좋지~!

하고 집을 나서기는 하였지만

마음은 무겁다.

 

함께 합승하기로 약속한 사람과 함께

진해 두동으로 찾아가는데

운전하는 현숙씨는 첫길이라 바짝 긴장이 된다.

두번이나 가 보았기로 길을 안다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나는 길치였기에 긴가민가? 불안하기만 하다.

두번이나 차를 되돌려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운영이 가득 핀 논바닥에 이젤을 펼쳤다.

상큼하고 향긋한 풀냄새!

다른 사람들의 그리는 것을 구경하고

점심부터 먼저 먹고 그림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손을 놓았던 탓인가?

눈만 높아지고 손은 전혀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결국 그린것을 쓰윽쓰윽 다 문질러 버렸다.

 

자운영밭에 조그만 둥근 알갱이가 눈에 보이길래

무슨 열매인가? 곤충의 알인가?

유심히 바라보니 어느새 부지런한 농부가 비료를 뿌려 놓은 모양이다.

자운영도 모심기 하기전에 논갈이하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였다.

붓을 넣고 논둔덕의 쑥을 캐기 시작하는데

타다닥~!하는 헬리곱터 소리.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 근처에 저수지가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서 커다란 바구니에 물을 떠서 산불난 곳에 뿌리는 모양이다.

저렇게 해서 언제 산불을 끌까?

오른편 산위에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곧 또다른 헬기도 나타나 머리위를 날아가는데

멀리 떨어진 내 얼굴에 까지 옅은 물안개같은데 떨어졌다.

아~!

봄봄봄.

 

진해 두동마을

 

일찍 피어난 자운영.

 

너무나 작은 풀꽃, 이름을 알 수없지만 이렇게 작은 꽃속에도 모든 우주가 깃들어 있는듯.

 

제비꽃.

 

내가 그리려고 한 소재였는데, 나중에 다 뭉개버렸다.

 

약간 뒤로 밀어내어서 다시 한컷.

 

무곷과 봄까치.

 

같은 소재를 이분은 이렇게 잘도 그렸다.

빈 농가의 집 마당에도 봄은 찾아와 막 봉오리 맺기 시작한 박태기나무.

 

오른편 산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산불을 끄기 위해 부지런히 물을 나르고 있는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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