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기예보는 거의 정확하다.
토요일 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일요일 아침까지 쉬지 않고 내린다.
봄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는 비지만
야외 스케치 가는 나에게는 심란하기만 하다.
지난해에도
산수유 스케치날 종일 비가 내려
남의 집 처마밑에서 비를 맞아가며 그렸는데,
올해도 그 신세를 면치 못할 모양이다.
다행히 올해는 일찍 마을에 들어 갈 수 있었기에
빈 농가를 차지하고 들어가
비를 맞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마당에는 온통 냉이가 솟아 올라,
한창 앞다투어 하얀 냉이꽃을 피우고 있었다.
마른 나무가지를 주워다 피운 모닥불에서
피워 올린 연기와 어울려진 농가에서
우리는 이젤을 펼쳤다.
그림을 그리기 전 마을을 한바퀴 돌아 보았다.
주인이 없는 빈집에는
닭과 염소를 키우고 있어,
가끔 꼬끼요오~하고 닭우는 소리가 들려 오곤 하여
나른한 산수유 꽃망울과 함께 어울렸다.
내가 그린 농가는
연두빛깔의 양철 지붕을 이고 있고
녹색 대문 옆에 노란 산수유와
하얀 벚나무가 서로 기대고 서 있었다.
연두빛 지붕과 담장밖의 노란 산수유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어쩐지 힘이 빠져 버린 듯한 그림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애정이 가는 그림이었다.
산수유 열매가 붉게 물드는 가을에
다시 한번 이 마을을 찾아 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림을 접고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비는 말끔히 개이고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 모래밭, 파란 물,
때맞춰 피기 시작한 분홍 벚꽃이 어울려진
섬진강변길을 달려 오는 하늘에 펼쳐진 저녁 노을은
또 하나의 나에게 내리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산수유 스케치 본부 장소.
비속에서 그림을 준비하는 우리 회원님.
산수유가 노랗게 물든 마을길.
빈 농가는 가축의 사육장으로 사용되고.
내 발밑에는 온통 냉이꽃 잔치.
내가 그린 소재가 된 연두빛 지붕.
마을을 온통 노랑으로 채운 산수유꽃.
이 마을은 이렇게 이끼 낀 돌들이 많았다.
부는 바람에 곧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지붕아래서 이젤을 펼치고.
오늘 그린 나의 수채화.
종일 내리던 비가 개이기 시작하고.
높은 지리산 봉우리에는 눈으로 덮혀있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비에 젖어 있는 산동마을이여,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