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고 돈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파트앞에서 조그만 화장품가게를 하는 사람과 친분을 쌓은지
10년도 넘은 사람이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지난해 이맘때쯤이었을까?
얼마나 급박하면 가난한 나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할까?
아들 등록금으로 마련해 놓은 돈을 등록일 전까지 돌려달라고
하면서 빌려주었었다.
그런데 곧 돌려주겠다고 하였던 그돈은 날짜가 임박하여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마이너스카드로 아들 등록름을 내고 난 후에야
간신히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몇번이나 가게를 찾아가고 했던 것이 미안스러웠고
돈을 돌려주는 그녀는 당당해 보였다.
내돈 주고 돌려 받으면서 어찌나 고마운지 크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시는 돈을 빌려 주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였다.
그러나 그 다짐도 얼마 후 다시 허물어져 버렸다.
돈이 없다고 하는 내게 그녀는 끈덕지게 또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하였다.
큰돈도 아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빌려줄 수 있는 작은 금액을
그녀는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날도 막 작업실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붓을 들려고 하는데
문자 메세지가 왔다.
이달말에 돌려드릴테니 50만원만 송금해 주세요.
그때 내 통장에는 모두 70만원밖에 없었다.
월말이면 카드대금과 각종 공과금이 지불되어야 하기에
오히려 나도 더 메꾸어 넣어야 할 통장이었는데
또다시 갈등이 생겼다.
얼마나 급박하기에 이렇게 작은돈까지 빌려달라고 할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50만원을 텔레벵킹해 주었다.
그런데 월말이 다가와도 그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를 찾아갈때는 편리를 봐주었으면 약속을 지켜야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 칠 마음을 먹고 들어가지만, 막상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면
모기만한 소리로 언제 되겠느냐?고 물어볼 뿐이다.
그녀는 번번히 내일까지는 되겠다고 하면서 날 돌려 보냈다.
오히려 내가 좀 부탁해요. 하면서 부탁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곳 저곳의 통장에서 겨우 카드대금을 막아내고 나면
어느새 또 새달이 다가왔고 이번에는 꼭 돌려주겠지?하고
다시 기대를 하면서 기다렸다.
그러기는 몇달을 반복하였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 큰맘먹고 동유럽으로 떠나려고 하니
이것 저것 합하여도 부족하였다.
여행사에 돈을 송금하고 나니 한푼도 남아나지 않앗다.
몇일전 부터 하루에 두서너번 전화하여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내일 오전에는 꼭 송금시키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 몇번째인가?
나를 이렇게 속이고 우롱하다니?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열이 부쩍부쩍 올랐다.
얼른 설거지 끝내고 찾아가 화를 내어야겠다.
단단히 벼르고 찾아갔으나, 나는 다시 빈손으로 돌아와야했다.
지금 곧 송금 시킬테니 저녁 9시에 확인해보세요.
그말만 믿고 돌아와야만 하였다.
주지 않는 사람에게 화를 내면 나오겠는가?
조금전 10시에 조회를 해 보아도 역시 들어오지 않았다.
옛날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꼭 맞는 것 같다.
돈이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고 하였던 그말씀이....
이번에도 내 마음이 많이 상처입었지만
또 그녀가 내게 돈꾸어달라고 청하면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미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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