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방문사이로 항상 볼 수 있었던 아들의 침대가 비어 있구나.
아들아! 이제 아침에 일어나라는 잔소리 하지 않아서 좋구나....
밤늦도록 컴앞에 앉아 있는다는 잔소리도 하지 않아서 좋고....
기대에 어긋난다는 생각으로 참 많은 구박을 하였던 것 같다.
막내가 학교에 가고 아침 설거지가 끝난 뒤에 일어나는 탓에
아침밥은 거의 먹지 않았었다.
아니 내가 차려 주었다면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함께 먹지 않으면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귀찮아 먹지 않았을게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음악과 컴퓨터만 관심을 둔다고 참 구박도 많이 하였다.
"이 세상에는 얼마나 할일도 많고, 즐거운 일이 많은데
왜 재미없는 공부를 해야 하나? "하였던 철없었던 아들.
한편으로는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열심히하고
일요일이면 장애인 복지관에 가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노인들 목욕봉사를 하였던, 엄마보다 훨씬 대견한 내 아들.
하고 싶었던 음악은 취미로만 해라는 부모의 윽박지름에
또 다른 좋아하였던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택하였지만
그기에 흥미를 갖지 못하였던 아들은 2학년을 하고는 휴학을 하였다.
지난해 여름 입영통지서가 왔지만, 두려움때문인지 아들은 연기 신청을 하였다.
억지로 권할 수 없어, 어쩌나 두고 보았는데
학교도 가지 않고, 알바도 3달 정도 하더니 집어치워 버렸다.
하고 싶은 일 실컷 하다가 입대하겠다고 하였다.
주변의 내 친구들은 나를 만나면 아들 언제 군대가느냐?고 물어
집에 돌아오면 아들에게 빨리 군대가지 않는다고 구박을 하였다.
이렇게 때가 되면 갈것을 왜 그렇게 채근을 하였는지....
어제 아침에는 깨우지 않았는데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갈 차비를 하였다.
전날 우리 가족이랑 저녁을 먹고 또 누구의 부름을 받고 나가 밤늦게 돌아왔는데
이제 떠날 차비를 하는구나.속으로 생각하였다.
10년의 나이차가 나는 딸도 오늘은 오빠를 전송하겠다고 하여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남편과 둘만 논산으로 보낼려고 하였지만 온 가족이 함께 떠났다.
그동안 함께 여행한 것도 참 오래전 일이라 하루 전날 떠나서 조용한 계곡에서
일박을 하자고 하였지만 아들의 스케쥴이 너무 빡빡하여 틈이 없었다.
9월의 아침은 싱그럽게 깨어나고 있었다.
달리는 차속에서 아들의 손을 만져보니 너무 연약하여 이 손으로 어떻게 훈련을
받고 총을 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남자손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길쭉한 손가락.
그손으로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 '루이스호수'를 즐겨 피아노로 쳤었는데....
남편직장 동료의 말대로 서대전, 안영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들어갔더니
길이 헷갈려 다시 되돌아나와 호남고속도로로 오르는 헤프닝을 치루고
논산에 도착하였더니 11시를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거의가 입영하는 아들을 데려다 주려온 사람들이었다.
밖에서의 마지막 점심이니 많이 먹어라고 권하였더니, 아들이 하는 말
"군대에서 주는 식사가 엄마가 해주는 반찬보다 더 나을껄..."하여 부끄러웠다.
아들은 식성이 까다로와 마음에 드는 반찬이 별로 없어 난 항상 소박한 밥상이
최고의 밥상이다고 강요하였다.ㅎㅎ
훈련소에 입소하니 바로 눈앞에 성당이 있어 반가웠다.
차를 성당앞에 주차시키고 성당에 들어가 기도부터 올릴 수 있어 얼마나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던지....
기도를 마치고 나오자 수녀님께서 차 한잔 권하여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아들은 다른일은 소홀하여도 아직 주일 미사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이었다.
오히려 내가 여행지에서 주일 미사를 빼먹는다고 채근을 하던 아들이었다.
벌써 먼저 온 사람들이 마당에 가득하였다.
나무 밑에서 기다리다가 훈련 장소로 내려갔다.
9월 중순이지만 날씨는 여름못지 않게 후덥지끈하였다.
아들은 내곁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메세지를 날리고 받고 하였다.
저것이 하고 싶어 어떻게 견딜까?
메세지를 주고 받는 상대가 한꺼번에 여러 사람인 모양이었다.
당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컴퓨터와 문자 메세지일 것이다.
1시가 조금 지나자 입영하는 아이들만 소지품은 모두 부모에게 맡기고
운동장 가운데로 모이라는 안내 방송을 하였다.
아들은 스스럼없이 전원을 끄고는 먼저 일어나 나갈 차비를 하였다.
잠깜만.... 한번 더 껴안고....내가 불려 세워 껴안았다.
잘 할 수 있을꺼야... 두려워 하지마...
내 말에 아들은 밝은 미소를 남기고 내품을 떠났다.
간단한 식순이 끝나고 필요없는 소지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금 다시 부모님께
돌려 드리고 오라는 방송에 나도 다시 한번 아들을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들도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얼른 스탠드를 내려 갔더니 비상금으로 준 2만원까지 다시 돌려 주었다.
이 금액 정도는 지녀도 좋을텐데....하면서 아들의 가녀린 손으로 전해 준 돈을
받아 들고 다시 아들을 껴안았다.
막사로 향하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차를 주차시킨 성당앞으로 되돌아 왔다.
성당안에 들어가 '주님,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기도를 드리고 나오니
수녀님께서 편지를 쓰라고 하였는데 밖에서 클라숀이 빵빵거려
건강하여라...한 마디만 쓰고 급히 서둘려 나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의 하늘에는 흰구름이 동동 한가롭게 흐르고 있었다.
아들이 엄마를 위해 지난밤 늦게 다운 받아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 녹턴.다음에 흐르는 이별의 곡.....
내 마음은 슬프지 않은데
눈에서는 왜 이렇게 눈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것일까?
내 곁에 앉은 딸아이의 눈도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앞에서 말없이 운전하는 남편도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겠지?
"참된 군인으로서 전우애를 나누고
조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헌신하게 하소서...."
-군인의 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