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금 가끔 비.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도종환의 시 '단풍드는 날'에서 노래한 것처럼
나무는 여지껏 쉼없이 뿌리로 빨아들이던 수분을 차단하고,
자신의 몸속에 저장한 것들을 하나씩 내보내면서 아름답게 물든다.
해마다 가을의 불타는 단풍을 즐김으로써 겨울을 준비하였는데
올해는 한국의 단풍을 볼 기회도 없이 떠나는 것이 몹씨 안타까웠다.
초겨울로 접어들었으리라 예상하였던 벤쿠버에 도착하자
오히려 더 선명한 색깔의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위도상 50도가 넘는 지역이니 한국의 신의주보다 높은 지역인데도
이곳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온화하고 강우량이 풍부하여,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12월초순까지 즐길수 있다고 하였다.
가을비에 축축히 젖은 낙엽을 밟으니
이효석의 수필에서처럼
낙엽에서 잘익은 개암냄새가 나는 듯 하고
갓볶은 향기로운 커피냄새가 나는 듯 했다.
고급주택가는 바로 태평양 바다로 이어졌는데
비가 내리는 초겨울이어서인지 고요하고 쓸쓸하였다.
가끔 비속에서도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비속을 달리는 것이 일상으로 느껴졌다.
고운 단풍으로 물든 가로수길.
메이폴나무앞에서.
한적한 도로에 낙엽만 쌓여갔다.
잘 정리된 버섯을 연상시키는 정원수.
마치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나무들.
울타리 나무가 마치 이발을 한 듯.
성같은 주택.
바다로 이어지는 길.
회색하늘을 이고 서 있는 키 큰 나무.
안개 가득한 앞 부분이 바로 바다다.
바다가의 공원.
붉은 열매를 단 나무.
비속을 달리는 사람.
인적이 드물어 슬쓸해 보이는 겨울 바닷가.
해변의 이 통나무들이 바다에서 떠밀려 온 것인지?
가로로 놓여 있는 것을 보니 이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곳인 듯.
초겨울인데도 근처의 정원에는 이렇게 붉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어제가 할로윈데이여서 이렇게 장식한 것을 아직 치우지 않은 듯.
비에 젖은 낙엽을 실컨 밟아보고 집으로.
밴쿠버 첫날의 저녁 만찬.-완전 한국 토종형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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