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6~7.
새벽 3시에 알람소리에 일어나 아라와 통화를 한 후 공항으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새벽 4시에 로비에서 일행들과 만나 아직 어둠에 묻힌 도로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그동안 우리를 인솔했던 안대장은 칸쿤에서 남아 다음 손님을 받을 예정이라,
그동안 그녀의 노고를 치하하며 다음에 서울서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카운터에서 항상 매고 다녔던 배낭이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안에 2개의 사진기와 밧데리가 들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큰 캐리어와 함께 수화물로 보내고 홀가분하게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
짐을 부치고 나서 가벼운 몸으로 면세품 가게를 기웃거리니 좋았다.
멕시코의 돈에는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더 이상 환전하지 않으려고 아껴둔 돈을 기념으로 집에 가져 가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면세품에 진열된 작은 병의 꿀이 사고 싶어 3병에 600페소를 주고 샀다.
면세품 가게에서 꽁꽁 잘 포장을 해 주었으므로 전혀 걱정도 하지 않았다.
칸쿤 공항을 7시 30분에 출항한 비행기는 10시에 달라스에 사뿐히 착륙했다.
창가에 앉은 3인석 좌석의 내 곁에는 미국인 젊은 커플이 앉았는데,
좌석 등받이의 화면 작동법을 몰라 물었더니 아가씨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오니 달라스 공항까지 금방 오는 듯 하였다.
달라스 공항에서 기내 방송 안내에 따라 자동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려고 하였지만
일행중 자동 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사람은 2명 뿐 나머지는 길고 긴 줄의 뒤에
서서 느긋한 직원들의 심사를 기다려야만 하였는데 우리들은 불평이 쏟아졌다.
그럴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줄을 서게 하지 왜 번거롭게 하는지 모르겠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환승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심사는 느리기만 하였다.
달라스에 머물지도 않고 잠깐 환승을 하는데도 왜 이렇게 까다롭게 하는지....
그런데 심사대에서 칸쿤의 면세품 가게에서 산 꿀이 클레임을 받았다.
유리병에 든 액체의 용량이 너무 크므로 그냥 통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았으나 면세품 영수증을 보이며 사정을 해 보았더니
다시 심사대로 나가서 밖에서 박스에 넣은 후 들어오라고 하였다.
곧 비행기 이륙시간이어서 아깝지만 포기하고 심사대를 통과하였더니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표시된 게이트까지 뛰어서 가야만 하였다.
늦게야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나니 곧 문이 닫히고 공항을 이륙하였다.
나쁜 운은 겹친다더니 통로 좌석을 부탁하였는데도 가운데 좌석이었다.
가운데 좌석에 꼭 끼여서 긴 시간을 날아가야 하니 내가 통조림 고기 같았다.
한참을 지난 것 같은데 겨우 2시간이 지나, 어떻게 긴 시간을 참아야 하나.
영화를 보고 눈이 피로하여 잠을 청하였는데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아~! 맞다. 배낭속의 내 사진기속의 밧데리를 생각하지 못하였구나.
전화기의 밧데리만 생각하였지 사진기속의 밧데리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동안 찍은 귀중한 사진들이 다 망가지면 어쩌지.... 안절부절하였다.
제발 사진기의 파일은 손상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마음이 불안하니 더욱 비행시간이 길게만 느껴져 14시간 30분이
몇 십년은 되는듯 하였고 빼앗긴 꿀이 아까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니 꿀 그까짓것 안 먹어도 좋으니 제발 사진 파일만 건질 수 있으면....
드디어 12월 7일 오후 4시 30분 정확하게 인천 공항에 착륙하였다.
아라와 아들에게 무사 귀국을 알리고 어서 짐을 찾아 배낭을 열어 보았다.
공항에서 검색에 걸려 사진기를 빼버리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배낭속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감사한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여행 첫날 인천에서 멕시코 시티공항으로 보낸 내 캐리어 가방밸트를
싹뚝 잘라 검색을 하여,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아메리칸 항공사를 찾아가
항의를 하려고 하였던 마음도 무사히 배낭속에 든 사진기를 보니 다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 보니 작은 사진기는 밧데리가 부풀어 결국 폐기해야만 하였다.
이렇게 35일간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의 길고 긴여행은 끝났다.
시차 적응이 어려워 당분간 아무곳도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피로하였다.
설레임으로 집을 떠났지만 말과 정서가 통하는 내 나라가 역시 최고.
낡은 내 집이지만 무사히 귀가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가 든 멕시코 돈.

칸쿤 공항에서 산 꿀의 영수증 (600멕시코 페소)

내 비행기의 티켓.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미 배낭 여행-110. 칸쿤에서 휴식 (4) | 2025.03.10 |
---|---|
중미 배낭 여행-109. 아바나의 뒷 골목 (0) | 2025.03.10 |
중미 배낭 여행-108. 아바나 함멜 벽화 마을 (1) | 2025.03.10 |
중미 배낭 여행-107. 다시 아바나로 (1) | 2025.03.10 |
베트남 다낭 가족 여행.-6. 호이안 구시가 (0) | 2025.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