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여행의 이유

푸른비3 2025. 2. 21. 07:54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
문학동네(2019. 1판 1쇄. 2019. 6.17. 1판 12쇄)
(2025. 2. 17~ 2. 21)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심한 감기와 불면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무기력하게 온종일 누워있기만 하다보니
밤마다 잠을 깊이 들지 못하여 무척 힘들었다.
 
김은 밤 잠들지 못하고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잡은 책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산문집이었다.
 
사실 이번 가족여행은 집안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지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잠도 깊이 이루지 못하였고
몸도 으슬으슬 춥더니 귀국하자 곧 감기에 걸려 버렸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곧 3월 1일에 출발하는

중국 천고산 여행도 취소한 상태여서 사실 당분간은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김여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그의 소설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3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옥수수와 나>를 비롯하여

다른 지면을 통하여 그의 글을 몇 편 읽기는 하였으나

그의 독립된 소설이나 산문은 한 권도 읽지 않았던 것이었다.

 

추방과 멀미에서 그는 무심코 중국 비자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하이에서 긴 겨울 방학동안 작업을 하려 간 푸동 공항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되돌아 와야만 하였다는 글로 시작되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젊은 시절부터 해외 배낭여행을 즐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계속 여행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과테말라 뉴욕 등 해외에 거주하면서 쓴 작품도 많다고 하였다.

나는 대부분 짧은 일정의 여행기도 늘 집으로 돌아와서 쓰는데,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그의 여건과 역량이 무척 부러웠다.

 

그의 글을 통하여 나는 여행에 관한 많은 생각도 하게 되었고

내가 몰랐던 여러가지 상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많은 독서량과 해박한 지식과 물처럼 흐르는

그의 문장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속에 여행에 관한 그의 문장 몇 줄을 이곳에 옮겨 본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P22)

 

여행을 통해 뭔가 소중한 것을 얻어 돌아와야 한다는 관념은 세상의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한다..20세기 후반을 지나며 많이 간단해졌지만

그전까지 여행은 언제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생일대의 고역이었다.

영어 'travel'은 고대 프랑스 단어인 ' travail'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단어에는 현대의 우리가 '여행'하면 떠올리는 즐거움과 해방감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노동과 수고, 고통 같은 의미들이 담겨 있을 뿐이다.(p27)

 

소설 쓰기는 나에게 여행이고, 낯선 세계와 인물들에게 받아 들여지는

경험이었던 것이다.(p63)

 

모든 기억은 과저를 편집한다.  뇌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어서 찾을 수 없게 된 뿐,

내 서재가 딱 그렇다. (71)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로,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인류는 대형 유인은과 97%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그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잇다. (중략)

인간에게는 무시무시한 이동 능력과 지구력이 있었다.( 87)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대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들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92)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 somebody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nobody일 뿐이다.

 

실뱅 테송의 말처럼 여행 약탈이라면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하러 그 먼길을 떠나겠는가.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

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179)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헙ㅁ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206)

 

책의 뒷날개에는 김영하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본문에서 소개된 <빛의 제국>, <검은 꽃>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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