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동대문구 홍릉로에서

푸른비3 2024. 6. 29. 19:41

2024. 6. 28. 금.


동대문구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종묘재래악이란 창작국악연주회를

한다는 정보를 듣고 금요일 오후 동대문구를 찾아갔다.

고려대역에서 하차하여 3번 출구로 나가 아트센터 찾아가는 길에

마치 중국 영화에 나옴직한 중국식당  향만루가 있었다.

조금 이른 저녁으로 딤섬을 먹고 가기로 하였다.

김희수아트센터 주변에는 시간이 머문 듯 옛건물들이 많았다.

며칠 전 다녀온 홍릉수목원 바로 아래에 아트센터가 있었다.

몇 번 홍릉수목원을 찾아갔지만 이런 아트센터가 있는 줄 몰랐다.

올해로 벌써 수림문화재단 창립 15주년이 되었다.

연주홀만 있는게 아니고 갤러리도 있어서 <작은빛> 전시회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 전시실은 가볼 수 없었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에 사용되었던 궁중음악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오늘 연주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된 종묘제례악인가? 막연한 생각으로 연주장을 찾았는데 

<종묘재래악> 완전 다른 타이틀의 음악회였다.

 

종묘제례악은 곧 再來하기 위한 의식음악이고 '죽음'과 '탄생'을

기억하기 위한 산 사람들의 의식 행위이다.  산 사람들이 제례 의식을

치르는 결정적인 이유는 죽음에서 비롯되며 죽음 끝에 돌고 돌아

탄생을 기대하고 윤회를 바라는 산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연주회장 입구의 소책자에 소개된 글이다.)

 

프로그램은 

1. 귀인.

2. 희희

3. 총유

4.대유변주곡

5. 되돌아든다

6. 낮도거믄

 

무대가 열리자 오초롱의 피리연주에 이어 나즈막한 목소리로 창을 하였다.

국악의 상식이 없어 6장으로 진행되는 곡들을 뭐하고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

오초롱은 피리. 생황. 태평소. 창 등 모두 완숙한 경지의 연주자였다.

 

5되돌아든다는

남편을 잃은 젊은 미망인이 무덤에서 제사를 지내며 부르는

"왜죽었소 왜죽었소 옥같은 나 여게 두고 왜 죽었단 말이요"

6. 낮도거믄에서 "인제가면은 언제와요"하는 가사에 나도 동화되어

함께 나즈막하게 울음을 우는 것 같았다.

 

가야금의 지유정도 창을 편안하게 연주하였고,

해금의 문새한별도 다양한 음역의 해금 연주를 들려 주어

모두 우리나라 국악의 소중한 보배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연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2222번 버스노선을 타면 환승하지 않고 집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네이브검색도 하는 행인에게 물어 버스정류소를 찾았지만,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실컷 고생만 하고 결국 전철로 귀가하였다.

나 역시 제례악의 망자처럼 저승을 헤매다가 돌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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