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노동의 가치

푸른비3 2024. 6. 20. 17:51

2024. 6. 20. 목.

 

기후의 변화로 아직 복더위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연일 수은주는 30도를 넘어 숨이 턱턱 막힌다.

달력을 보니 초복이 7월 15일. 아직 한달이나 남았다.

 

오늘 오후 복지관 영어 수업이 있는 날인데,

더위 탓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독이며 복지관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햇살도 뜨겁지만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더 강하였다.

그런데 이 더위속에서도 도로공사를 하는 현장을 보고는

내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였는가? 부끄러웠다.

 

작업차량에는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수레같은 이동 공구에도 붉은 불덩어리가 보였으며

작업자들은 온 몸을 작업복과 가리개로 감싸고 있었다.

 

한낮의 열기는 사라졌지만, 작업차량과 수레에서

뜨거운 열기와 하얀 연기가 쉼없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아, 정말 너무나 수고하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하여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동을 통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그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폄하하고 업신여겼다.

 

택배원들의 노동으로 집앞에 생필품이 배달되고

환경미화원의 노동덕분으로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고

땡볕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노동으로 생명이 유지된다.

 

이 더위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덕분에

우리 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되는데도, 우리는 그 노동의 댓가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았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도로 보수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멀리서 바라보며 그들이 안전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기를,

노동의 댓가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우리 동네 도로보수공사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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