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일손과 담뱃값

푸른비3 2024. 6. 14. 04:27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자질구레한 많은 일을 생기게 된다.

언니들이 많았던 덕분에 나는 어린시절부터 집안일을 하지 않고 자랐다.

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늘 너는 그냥 책이나 읽어라...라고 하여

제대로 부엌일도 하지 않고 결혼을 하여 부엌일이 낯설고 서툴렸다.

 

부엌일만 서툰게 아니라 나는 일손이 야무지지 못하여 집에서 생기는 

전구 갈아끼우기, 벽에 못 박기, 고장난 샤워기 갈아 끼우기 등도 하지 못한다.

눈살미도 야무지지 못하여 늘 사용하던 용품이 고장나면 덜컥 겁이 난다.

요즘은 아파트 관리실의 주임에게 부탁하여 간단한 일은 처리한다.

 

나는 마산에 작은 오피스텔이 하나 있다.

은퇴하면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나 혼자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어

마련하였던 오피스텔인데, 서울로 이사오면서 세를 놓고 왔는데

입주자가 자주 바뀌어 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이틀 전 변기의 물을 내리는 손잡이가 고장났다고 하는 전화가 왔다.

그건 우리집에도 가끔 수명이 다하여 고장이 나면 교환을 하였는데

큰 고장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비용을 드릴테니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하였다.

오늘 복지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오니 부재중 전화가 3통 있었다.

 

전화를 하였더니 전에도 부탁하여 일을 하였던 그곳 입주민 여자였다.

자기가 그 오피스텔의 이사라고 하면서 자기 남편이 설비를 한다고 하여.

과거 몇 번 부탁하여 보일러교체 등 오피스텔 하자를 보수하였던 사람이었다.

문자로 입금계좌를 알렸으니 5만원을 보내라고 하였다.

 

5만원? 그것 교환하는데 그렇게 비싸? 

집으로 오는길에 철물점에 들어가 물었더니 세트 가격이 12000원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아무리 요즘 인건비가 비싸다고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하여 변기 부품 교환이 간단하다고 생각하는데, 5만원은 너무

비싸니 좀 싸게 해달라고 하였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면서

"아줌마, 요새 일손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에...."하면서 시작하였다.

속으로 나는 아줌마가 아니고 할머니인데.....

 

16년을 거주하면서 일을 하였는데, 깎아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그러면 다시 부서진 것 갖다 놓고 새것은 뜯어오겠다고 하였다.

아니?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럼 그렇게 하세요...하고 .맞서 대응하려다

"그렇게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내 말을 좀 들어보세요." 하고 다독였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누구나 싸게 사려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싸게 해달라는 말에 그렇게 화를 내면 어쩌느냐고 하였더니,

자기 남편이 그일을 하고 담뱃값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는냐고 하여

속으로 담뱃값이 그렇게 비싼가?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노후한 오피스텔이니 앞으로도 자질구레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거리는 먼데 내가 직접 찾아가 일손을 구할 수도 없으니,

비싼 느낌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담뱃값이 그렇게 비싸나....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을 송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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