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클라시움 트리오

푸른비3 2021. 8. 29. 11:31

2021. 8. 27. 금
 
파주시 탄현면의 작은 음악회에 초청받았다.
초가을비가 흩날리는 금요일 오후,
친구의 차로 자유로를 달려 연주회장으로 가는 길은
퇴근하는 차량들로 막혔다 풀렸다 하였다.
 
파주시는 분단된 국토의 허리쯤 되는 지역일까?
몇 년 전 하나로 된 국토 걷기 행사에 참여하였던
추억을 되새기며 바라본 임진강 철책너머로는
넓다란 갯펄이 편안하게 드러누어 있었다.
바람과 새. 물....자연은 서로 금을 긋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막히고 구속된 삶을 이어가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도착한 곳.
민가도 없는 외딴 곳에 불쑥 나타난 검은 건물이
조금 생경스럽기도 하였다.
친구의 지인이 이곳에 터를 잡아
얼마전 개괸을 하였고 매월 문화가 있는 날
이곳에서 연주회를 한다고 하였다.
 
안내 데스크에 비치된 리플렛에는 
개괸 기념전을 비롯하여 12월까지
전시와 연주회 계획이 안내되어 있었다.
 
2층은 미술관인데 아직 개관준비중이어서 문이 닫혀 있었고
1층은 연주홀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홀안에 1인용 의자가 듬성듬성 놓여 있었는데
그런 좌석이 눈에 익지 않은 나의 시선에는 조금 산만스러웠다.
 
오늘 연주회는
피아노 안국선, 바이올린 김지하. 첼로 최선유
관현악의 역할을 하게 된 피아노 심태연으로 구성된
클라시움 트리오.
연주 곡목은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와 로망스.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트였다.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와 함께 관현악 협주로 연주되는
바렌보임, 펄만, 요요마 삼인방의 연주로 잘 알려진 유명한 곡인데
오른쪽에 놓인 피아노가 관현악 협주의 역할을 한다고
하여 호기심과 함께 기대가 되었다.
 
클라시움 연주단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연주회 리플렛을 보니 대부분 독일 유학파들이었다.
 
이 연주회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하였겠지만,
특히 트리플 콘체르트에서는 독주 악기의 음들이
서로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루기보다는
제각기 소리로 연주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연주홀의 벽면 구조상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귀는 고급스럽지도, 예민하지도 않으니까.....)
 
문득,
2악장의 첼로의 선률이 물처럼 스며 들어오는 듯 하였다.
어쩌면 베토벤은 이렇게 아름다운 선률을 작곡하였을까?
베토벤의 손을 통하여 신의 음성을 듣는듯 하였다.
조금전 연주하였던 자클린의 눈물과는 달리
첼로의 연주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문화의 사각지대인 변방에서
이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별들이 초롱초롱하였다.
친구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