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 29. 일.
요즘 한국은 전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사방에서 꽃소식이 들려왔지만 멀리 나가기 보다는
집근처에서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 감상하여야 했다.
요즘 한강공원에 나가보면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나와
가족과 함께 햇볕을 즐기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친구들이 서울숲에서 부터 시작하여 한강을 다라 걸어
응봉산 개나리동산까지 가기로 한다고 공지를 읽고
멀리 광명에 사는 지원친구를 불러 함께 참석하였다.
참석한 친구는 모두 6명.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숫자였다.
서울숲에는 살구꽃은 벌써 하얀 꽃잎이 낙화하고 있었고,
조팝나무꽃, 벚꽃, 복숭아꽃까지 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사슴사육장을 지나 구름다리위에서 응봉산을 바라보니
온통 노랑 물감을 뿌려 놓은듯 온 산이 노오랬다.
개나리 가득 핀 둔덕을 내려와 한강변을 따라 걸으니
강위를 건너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을 부드럽게 간질이고....
그냥 개나리 둔덕 아래의 풀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도 쉴겸 배낭의 무게도 줄이자고 의견 일치.
난희표 등뼈찜과 칠성표 맥주를 한잔씩 마시니 알딸딸....
무르녹는 봄햇살에 모두 마음까지 노글노글 익어 일어나기 싫었다.
눈앞에 보이는 응본산을 바라보며 꼭 올라가야 하는가.
밑에서 올려다 보는 응봉산의 개나리가 더 이쁘다....
(사실 나는 몇년 전에도 이 앞까지 왔다가 포기하였는데.....)
같은 나이라는 동질감에서 우리는 격의없이 농담을 하였다.
계란 2판의 나이가 지나니 짖궂은 농담도 받아 들이게 되었고
누가 서운한 소리를 하여도 삐치지 않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집에서는 하지 못하는 농담도 이렇게 친구들 앞에서는 할 수 있다.
문득 14세기 이탈리아의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생각이 났다.
1348년 이탈리아를 강타한 페스트가 드디어 피렌체까지 이르렀을 때
이 시의 7명의 귀부인들은 잘 아는 3명의 신사들을 초대해 전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교외의 별장에 은둔하며 매일 한 가지씩 10일 동안
이야기함으로써 도합 100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속의 남녀처럼 비록 교외의 별장은 없지만,
우리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강변 기슭에서,
서울의 숲에서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며 피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리를 옮겨 다시 서울의 숲으로 들어가 편백나무 아래
평상위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아, 오늘도 함께 할 친구가 있어서 즐거웠다.
다음주는 진달래로 물든 북한산에서 또 만날 수 있기를.
서울숲의 군마상.
이곳이 전에는 뚝섬 경마장이었다고 한다.
새장을 연상케하는 조형물.
활짝 핀 벚꽃.
구름 다리위에서 내려다 본 벚꽃길.
따뜻한 봄볕을 즐기고 있는 사슴들.
서울숲 안의 습지위에 늘어진 수양버들.
수양버들 뒤로 개나리 꽃동산을 이룬 응봉산.
줌으로 당겨 본 응봉산.
탐스런 하얀 꽃은 무슨 꽃?
한강 북로 둔덕 아래를 가득 채운 개나리.
개나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친구들.
가장 늦게 꽃피는 복숭아꽃도 덩달아 피웠다.
응봉산 가는 도중에 배낭이 무거워서 일단 자리를 잡고 점심부터 먹기로 하였다.
난희표 등뼈 찜. 칠성이의 샌드위치와 맥주. 용식이의 과일과 과자 등으로 푸짐한 점심 식단.
햇살은 포근하고 반짝이는 한강을 스쳐 불어오는 봄바람은 살랑살랑.
우리는 응봉산이 바라다 보이는 강가에 앉아
"꼭 올라가야 하느냐....
아래에서 바라보는 응봉산이 더 좋다....하면서그냥 주저 앉았다.
친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우리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이 떠 올랐다.
응봉산을 뒤로 하고 다시 서울숲으로.
푸른 물이 오르는 물가의 나무들.
멀리 잠실대교와 롯데 타워.
등뒤는 성수대교와 남산타워.
벚꽃도 활짝.
서울숲으로 와서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꽃.
한마음의 <데카메론>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친구가 찍은 사진. 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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