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을 넘긴 내가 늦동이 아라덕분에
학교 시험 감독 봉사하러 시험기간이면 여중학교로 간다.
이번 기말 고사기간에도 희망 신청서를 보내셔서
지난 화요일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올 겨울은 며칠전 바짝 추웠을뿐 지금이 초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포근하기만 하다.
목련이 활짝 피어나던 봄과
초록색 향연이 싱그럽던 여름을 지나
이제 나무들 하나씩 잎을 벗어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한해를 마감하는 모습을 보며
내 한해도 저렇게 마무리 잘 해야할텐데...
하는 생각으로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올라갔다.
학교 운영위원이기에 가끔 학교에 들어가는데
음악실에서 울려 나오는 소녀들의 합창소리 들을때면
나도 잠시 여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데
시험을 치는 아침이어서 교정은 조용하기만 하다.
지정된 교실로 들어가니
천장에서 나오는 히트열로 온몸이 후끈하다.
우리 학교 다닐적에는 교실에 난방 시설 하나 없었는데....
초등학교에는 석탄난로라도 있었지만
여학교 시절에는 그냥 우리 체온만으로 지냈던 것 같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 학교 시설도 점점 선진화 되어가는 것 같다.
시험을 발리 끝낸 아이는 책상에 엎드려 잠속으로 빠져들고
나는 교실 뒤에서 40분을 보내는 것이 길게만 여겨진다.
몇번 시험감독을 들어와 봤지만
한번도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을 발견한 적은 없다.
그냥 상징적으로 서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무릎담요를 둘둘 말고 앉아있는 아이도 있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아이,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는 모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굥부하였는데....
요즘아이들은 하나같이 몸에 딱 들어맞는 교복을 입는다.
보는 사람이 숨이 답답할 정도로 몸에 들어붙는 옷.
아라 입학할적에 헐렁한 교복을 사주었더니
항상 불평을 하여 마음대로 해라고 했더니 세탁소에 가서
지몸에 딱 올라붙게 고쳐입어 "요즘 아이들은..."하는 소리를 하게 한다.
아라는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롤을 감아 동그랗게 만든다.
아무리 시간없어도 빠뜨리지않고 머리손질을 하여
보는 내가 어쩜...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지금도 머리감고 툴툴 털어 말릴뿐인데....
때로는 저 아이가 내 딸 맞아?....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지저분하게 하는 것보다 보기좋아 좋지만.
뒤에 서있는 시간이 지루하여 교실뒷편
우리들의 꿈이란 게시판을 보니
요즘 아이들은 참 꿈도 현실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우리 시절에는 그냥 현모양처....이런 종류였는데....
요즘 여학생에게 그런 꿈을 이야기 한다면 비웃겠지만.
중간에 담당 선생님이 돌며 시험지중에
의문나는것 있으면 질문하라고
교실마다 한바퀴 도는 모습도 전의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음악 시간에는 방송으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였다.
참으로 많이 변하였구나....
다시 내가 여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꿈을 꾸어보기도 한 날이었다.
더운 공기가 나오는 난방기.
시험에 열중하는 아이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아 말잪모자는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터질듯이 몸에 딱 붙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
무릎에 둘둘 감은 담요.
야무지게 자기의 꿈을 적은 뒤의 게시판.
자신의 꿈이 소설가 라서인지 이유도 참 길게도 적었다.
엔터테이먼트 사장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적은 야무진 아이들.
아이들 모습이 한결같이 단정하다.
책상에 이런 낙서도....ㅎㅎ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라의 뒷모습.
교실바닥에서 주은 어던 학생의 낙서장에 그린 그림이 너무 잘 그려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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