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포 유원지

푸른비3 2007. 5. 1. 03:58

학창시절에 소풍을 갔던 곳,

언덕길 달리던 버스 그만 지쳐서 우리를 토해놓고

사람은 따로 걸어 올라가 다시 고개 넘어에서

버스를 탔던 가포의 언덕도 이제는

아주 낮은 언덕으로 여겨진다.

 

어린 시절에는 이곳으로 해수욕도 왔던 기억도 있고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남자친구랑

보트를 타다 손에 물집도 생겼던 그곳

가포 유원지.

 

오늘 옥선이와 그곳을 드라이빙하였다.

4월의 신록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에

눈부셨고, 풀냄새에 마음의 번뇌 다 씻어버리고 왔다.

 

저도 가는길

약수터 지나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데

문득 곁의 오솔길이 눈에 들어와

그길을 걷고 싶었다.

엘리엇의 잔인한 4월도 노래하고

류시화의 나무도 노래하면서

호젓한 둘만의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다.

 

 멋진 오솔길을 발견하고

그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내 눈에 초록의 물감이 배여들고,

내손에서 초록의 냄새가 날것 같았다.

 

 

 여리디 여린 풀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할 것이다.

 

 옥선이는 날씬하여 청바지와 셔츠가 잘 어울렸다.

나이를 잊은 듯한 몸매가 부럽다.

 

 신선한 연두빛 저 숲을 보라.

그속을 지나가는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왼쪽에는 측백나무의 숲. 그곳에서 피드치톤이 많이 나온다고 했던가?

 

 몸까지 초록빛으로 물드는 것 같지 않은가?

 

 연두빛 잎사귀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팝나무를 닮았지만 이름은 모르겠다.

숲속에서 흔히 보는 나무꽃이지만 아직 이름도 몰라 나무에게 미안했다.

 

 나에게는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유시화의 시를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숲길을 걷는 맛이란....

 

 연두빛 잎이 햇빛받아 어찌나 투명한지.

언제 내가 저 빛을 화면에 옮길 수 있을까?

초록은 자연속에서는 더없이 아름다운데

캔버스에 올리면 촌스러운 색이 되기 싶다.

하기야 촌스럽다는 단어 자체가

자연적이다는 말도 동의어가 아닐까?

 

 오솔길을 한참 걷고 나오니 배가 고팠다.

마창대교가 건설중인 곳에 즐겨찾는 가페'해마루'에 들렸다.

지난 가을 핏빛인 단풍이

봄에도 이렇게 붉은 단풍인 줄은 몰랐다.

 

 건너편 마창대교가 건설중인 곳이 보였다.

 

 호수같은 마산만.

 

 해마루 카페의 멋진 나무계단.

 

 카페로 오르는 길목에도 온통 꽃잔치.

 

 

 카페앞에서

 

 초록의 향연.

이 무렵 나무의 빛은 아기처럼 순수하다.

 

 해마루에서 나와 또 우리들이 즐겨찾는 빈센트 레스토랑으로 갔다.

 

 등나무가 높이 올라가 보랏빛 꽃을 주저리주저리 피워내고 있었다.

 

 일년중 이때만큼 꽃과 나무가 바쁠때가 도 있을까?

다투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이해인님의 시에서

나무도 꽃을 피울때 아프다는 이야기도 나누고.

 

 저 나무밑 벤치에 앉아 책도 읽었으면....

 때마침 외출중인 주인 내외분에게 인사를 건네니

저 아래 붓꽃도 가득 피엇다고 구경하란다.

 

 조팝나무도 이렇게 열심히 꽃을 피웠구나.

 

 

 

 

 

 집안에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자연속에 묻히니 탐욕에서 벗어 나는 듯.

나도 이제 흙을 만지며 살고 싶구나.

오늘 차없는 날 위해

바쁜 일 제껴두고 나와준 친구 옥선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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