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야외 스케치는
이상하게 아이들 생일과 맞물린다.
지난 구례 산수유 스케치날은
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받아 집에 온 날이고
아들의 생일까지 겹친 날이었지만
아들에게 양해를 구해 스케치를 다녀 왔었는데
그 일로 남편과 다투기까지 하였다.
취미생활도 좋지만
이해 할 수 없다는 남편.
우포 야외 스케치 날은
공교롭게도 딸아이의 생일.
전날 미리 좋아하는 포도쨈이 들어간
케잌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과 팥밥을 지어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부르고 집을 나섰다.
정기 스케치날이라
몇명 참석하겠지? 하고
약속된 장소로 갔으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아 불안했다.
하루 전날만 하여도
내가 참석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회장님께 전화하였더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하여 안심.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창밖의 나무들의 여리디 여린
녹색만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이 행복예감.
버드나무와 감나무의 잎들은
그대로 녹색물감을 살짝 흩뿌려 놓은 듯.
전에는 그냥 신록이구나....
이렇게 바라 보았는데
이제는 저건
레몬 엘로우가 혼합된 그린,
저건 로우 시엔나와 혼합된 그린,
저건 화이트가 살짝 곁들인 그린,
아, 저건 프러시안을 조금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나름대로 계산을 하면서
바라보게 되었다.
류시화의 시
'나무'도 속으로 가만히 낭송해 보았다.
나무 / 류시화 ▒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의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 * *
우포 늪 사람들,
이라는 곳으로 차를 돌려 가 보았다.
우포늪을 몇번 가 보았지만
이곳은 처음이다.
오히려 그림소재는 이곳이 나은것 같았다.
점심부터 먹자고 하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함께 먹는 점심 시간은 항상 즐겁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걸 빼 버리면
즐거움도 줄어 들겠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수면위를 조용히 날아 다니고,
꾸르륵...거리는 울음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아득한 옛날,
공룡들이 어슬렁거렸을 장면도 상상해 보았다.
오통 초록빛 세상이어서
그림 그리는 것이 쉽지만을 않을 듯하였다.
언덕의 초록빛을 노란 유채밭으로 만들기로 했다.
사진과 다르게
그림은 마음대로 화면을 꾸밀 수 있는 것 아닌가?
수면의 넓이 분배가 어색하였고
역시 원근감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회장님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마무리를 하였다.
더구나, 오늘은 회원들의 그림이 빨리 마무리되어
집으로 일찍 돌아올 수 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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