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미망속에서

푸른비3 2006. 8. 23. 06:18

어떻게 아프리카도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부산 국제 공항 탑승장에 그렇게

크고 길고 누런 악어가 길게 누워 있었을까?

 

항상 여행의 꿈을 못 버리고 살고 있기에

이번에는 일본 도꾜 나리타행 비행기를 타려 가는 날.

내 목적지는 아마 홋카이도 였겠지?

야생화 만발한 홋카이도의 넓은 들판을

맨발로 거닐어 보는 꿈을 꾸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내 친한 친구와 함께 일행을 따라

출국 게이트를 통과해 탑승장으로 나가는 데

그 때부터 이상한 거야.

 

잠시 내가 곁눈을 팔았을까?

탑승장에 내 앞의 사람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혀 낯선 사람들이 시골 장터 같은 곳에서

좌판에 걸터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것 아닌가?

 

이상하다....?

분명 조금 전 앞서 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눈깝빡 할 사이에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가?

혼자서 찾아 볼 밖에....

 

얼마전 이스탄불에서도 난 혼자 미아가 되었지만

결국은 잘도 찾았지 않았는가?

좁은 탑승장에서 그 까짓 것 못 찾으려구?

 

시간이 아직 넉넉하니 충분히 찾을 수 있을꺼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곳 저곳을 둘려보며

구경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게름칙하다.

 

참 휴대폰이 있지....

아직 매천(내 친구 이름)도 전원을 끄지 않았을꺼야.

신호음이 떨어지고 매천이 전화를 받았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왜 이곳을 못찾아?

바로 죽 따라오면 되는데....

이상하다, 어디 화장실 가서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줄

알앗는데.... 공항에 무슨 미로가 잇다는 거야.

정글은 또 무슨 말이고.....

 

나는 답답하여 이곳이 어디이며

그곳은 어떻게 찾아가느냐고? 애타게 물어 보았지만

내 말이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뚜뚜...하는 잡음만 들리더니, 툭~ 끊어진다.

 

인도의 사리를 걸친 여인들의 무리도 지나가고

아프리카 원주민 같은 사람들의 모임도 보이고....

도대체 이곳이 어디야?

 

겨우 유니폼을 입은 두 청년을 만났기에

일본으로 가는 탑승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휴우~ 안심을 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얼마 여유가 없다.

 

그런데 날 다라 오라고 하던 이 청년도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럴수가....

 

나는 진흙으로 엉망인 미끄럽기 그지없는 땅을

조십조심 걸으면서 보니 아까 그 청년은

태국의 악어 조련사 같은 빨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악어의 배설물을 쇠스랑으로 치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이곳은 위험한 곳인데

왜 들어왓느냐고 나무란다.

따라 오라고 할 적에는 언제고....

 

오물에 발을 더럽히지 않으려면 저 길게 드러누운 악어의 몸을

밟고 지나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악어 조련사가 나와서 악어가 뒷발질하면

치면적인 상처를 입게 되니 멀리 떨어지라고 고함 지른다.

에구구....

 

그럼 저 탑승객속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무슨 공항이 이 따위야?

나를 혼자 버려두고

나리따행 비행기는 벌써 출항하였을까?

 

시계를 보니 벌써 몇분 지나간 셈이다.

안타까워...발을 동동 구르다가 잠을 깼다.

아유~ 꿈이기에 망정이지....

 

그런데 왜 그렇게 애타는 꿈을 꾸엇을까?

게이트만 나서면 그냥 쉽게 찾을 수 있는 비행기 탑승장이

왜 그런 정글 지대에 숨어 잇는 것일까?

 

지금의 내 삶이 그런 혼미, 미망속을 떠도는 것일까?

다시 한번 내 삶을 돌이켜 보라는 하느님의 암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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