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난 정말....

푸른비3 2006. 8. 16. 16:29

아무리 찾아도 없다.

분명히 서랍장 제일 윗칸에 소중히 넣어둔 서류.

며칠전 아들이 휴가 오면서 가지고 온

입원확인서.

그놈이 여지껏 날 이렇게 힘들게 하고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걸까?

너, 어디 있니?

제발 나와줘~

 

아들이 1주일 전 휴가 나오면서 그 서류를 가지고 왔기에

분명히 내가 확인하고 소중히 넣어 두었는데....

 

아들은 백일 휴가를 받고 부대로 돌아 간 후

안과 질환이 생겨

서너달 청평 국군병원에 입원하였고

얼마전 자대로 옮겨, 이번에 휴가를 나왔다.

입원확인서가 있어야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기에

보험 설계사와 오늘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얼마전 넣어둔 서류이기에

의심도 없이 집으로 오라고 하였는데

아~ 이런...

분명히 있어야 할 서류가 흔적도 없는데 아닌가?

 

뒤집어 다 털어보아도 없는 이 서류.

친구 만나려 간 아들에게 전화 했더니

분명히 엄마가 가져 갔다고 하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려 전화하였더니

호히려 쥐어박는 소리만 한다.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사는냐? 하고....

 

이럴때 정말 정 떨어지는 남편이다.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좀 위로해 주면 안되나?

꼭 이렇게 염장을 질러야 하나?

 

약속된 시간에 보험 설계사가

집으로 찾아왔지만,

내 사정을 이야기 하고

다음에 서류를 찾으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되돌려 보내려니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나도 구제불능이다.

아들이 오자마자 챙겨 둔 소중한 서류를

도대체 어디에 둔 것일까?
이러고도 내가 살 자격이 있는가?

기억력이라면 항상 자신 있었는데....

국어 교과서도 줄 줄 외우고,

한번 본 사람은 정확히 기억해 내는 나 였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내 뇌세포가 점점 줄어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저러나 어쩌지?

제발 어느 구석에선가

나 여기 있었지롱~ 하면서 손 흔들며

나타나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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