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휴가는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기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올해는 전국을 돌면서 물난리 소식만 가득한 7월이었다.
방학을 맞이한 딸 아이에게 농촌생활, 어촌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싶어 올 여름은 서해안을 따라서 서울 친정 나들이
하는 방향으로 붉은 색연필을 그어 보았다.
마산을 출발하여. 진주를 거쳐 곧장 통영 대전 고속국도를 이용하거나,
중부 내륙 고속국도를 주로 이용하였으나,
이번 여름 휴가에는 남해 고속국도를 이용하여, 하동, 순천, 벌교를 거쳐,
고흥이나 장흥에서 1박을 하고, 진도와 목포를 거쳐 서해안 고속국도를 타고
서울로 향할 계획을 세워 보았다.
서해안 고속국도는 부분적으로 타 보기는 하였지만,
이번처럼 죽 길게 서울까지 가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더욱 마음 설레인다.
내가 살고 있는 마산에서 충남으로 가는 길은 연고지가 없으면
잘 이용하지 않으므로 사실 지명만 들으면 그곳이 어디있지?
지도를 한창 들여다 보아야 할 정도로 낯선 곳이기만 하다.
이번 여행 일정에 서천 식물원을 넣었는데, 서천은 50살이 넘도록 아직
한번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더욱 마음이 설레인다.
김제와 익제도 한 두어번 발길이 닿았을 뿐인 곳이다.
특히 이번에는 김제 금산사의 미륵전이 꼭 보고 싶다.
30년 전 꼭 한번 가 보았던 미륵전의 황금빛 가을 햇살을 잊을 수 없다.
미륵전의 그 넓고 하얀 마당에 쏟아지던 햇살,
노랗게 타오르던 은행잎, 해마다 가을이면 그 풍경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날 부르는 것 같았지만, 막상 생각뿐이었다.
금산사근처에서 1박을 하고 서천, 태안, 당진을 거쳐 서울로 입성할 생각이다.
홍성에는 여고시절 친구가 있어 어쩌면 홍성으로 가서 1박을 할 지도 모르겠다.
2년전 여름 그 친구의 집에서 1박을 하고, 추사 김정희 고택과 예산 수덕사를
찾아갔던 기억이 떠 오른다.
남편은 휴일이면 그냥 방에서 푹 쉬는 걸 원하는 사람이고,
나는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우리 부부사이에
갈등이 많았었다.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 부추겨 나가면, 남편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여길 무엇하려 왔느냐고 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거의 포기하고, 등산팀 따라서 나가는 것이 더욱 편해졌다.
남편은 자기 나가는 것 싫어하면서, 나까지 집에 있기를 바랬다.
내가 등산팀따라 나갔다 올려면 며칠 전부터
남편의 비위를 맞추어 주어야 하고, 다녀 와서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죄인처럼 굴어야 했다.
이럴바에는 그냥 혼자 살지? 왜 내가 이 굴레속에서 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해버린 결혼이니 무를 수도 없고,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 억지로 가자고 하면 나가서 싸우고 돌아오는 날이
많으니, 기회를 잘 이용하여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약속을 청하였다.
어디든 내가 가자고 하면 불평없이 따라 갈 것.
차 밀린다고 짜증불리지 말 것.
더운데 여기 왜 왔느냐고 하지 말것.등등.
새끼손가락 내밀어 약속을 걸었는데, 그 약효가 과연 며칠이나 갈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걸 두려워 하는 남편이
서해안의 올망 졸망한 해안선을 따라서 다 가보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충실히게 따라 줄 수 있을지?
떠나는 아침,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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