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불려만 보아도 가슴에 잔잔히
물결지어 오는 이 따스한 단어....
소녀시절에는 이 애인이란 단어만 들어도
귓볼까지 발갛게 달아 올르게 하였던 낱말.
애인.....
요즘 애인없으면 6급 장애인이라는
우스개말도 있을 정도로
애인이란 말이 너무
격이 낮아진 것 같아
조금은 슬프다.
어제 등산길에서
나와 함께 걸었던 5살 연하의 남자는
요즘 사람들의 애인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일부분이지만
나에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 사람은 몇번 등산모임에 참석하여
얼굴정도는 전부터 알고 있었고,
마이크를 잡고 너무 말을 많이하여
선입견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제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펑크를 내어 그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었다.
때로는 친한 친구와 똑 같은 화제를 나누는 것 보다
이렇게 갑자기 뜻밖의 화제를 나누는 즐거움도 있구나.
걸음이 느린 나는 항상 뒤에서 쳐져서 걷는 편이었는데
그 사람도 길을 잘 못 들어 나와 함께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삐리릭~ 전화가 울렸다.
"응? 그래 지금 등산하는 중이야.
아직 점심은 안 먹었고...
내려 가서 먹을꺼야.
자기는 지금 뭣해?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사랑해...."
난 당연히 부인에게서 온 전화인 줄 알았고,
"참 다정하고자상한 남편이군요." 하였더니
씨익~ 웃으며
우리 집사람 함께 등산왓는걸요. 한다.
그러면?
하도 농담과 우스개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또 농담이겠지? 하였더니
보내 온 문자 메세지를 보여준다.
자기야, 뭐해?
지금 날 사랑한다는 메세지 좀 보내줘 봐~!
발신인 란에 상계동 숙자...
이렇게 찍혀 있었다.
어머 어머, 정말 애인 맞아요?
그럼요~
부인이 문자 확인 안해요?
우리는 서로의 프라이버시 존중해요.
내 폰이 방에 있어 소리 울려도
절대 집사람 내 전화 확인 안해요.
나 역시 집사람 것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드라마나 소설속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결혼한 상대편의 폰을 확인하고 싶지 않을까?
난 가끔 남편의 폰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남편도 내 폰을 확인하고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그에게 정말 애인 맞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또 다른 메세지를 보여 주었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항상 친구 네에게 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등학교때 부터 애인으로 사귀었는데
지금의 부인과 결혼한 이후 헤어졌고
몇년전 부터 연락을 다시 하며
일년에 서너번 정도 만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와 결혼하지 않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것이 잘 된일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남편이 고위 공무원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만나면 잠자리는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필수라고 하였다.
성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절대 애인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면 지금의 부인에게 최책감 느끼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집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아내에게만 충실한 남편이 된다고 하였다.
오히려 부인에게 더 많은 사랑을 부어주고
확실하게 서비스? 한다고 하였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마음이 한곳으로만 흐르지 않을까?
마음을 저장하는 방이 몇군데 있어서
이곳에서 꺼내어 보고 도로 넣어 두고
또 다른 방문을 열어보고 도로 닫아두고....
그게 그렇게 잘 조절될 수 있을까?
난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이라
어려울 것만 같은데....
한번 사랑의 감정에 빠지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 속에 풍덩~ 빠져 버려
잘 헤어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데.....
나중에 산아래로 내려와
정말 그의 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서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의 부부였다.
부인은 아릿따운 얼굴에 애교가 넘치는 아내였고,
그 아내를 살뜻하게 잘 보살피는 남편이었다.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는 그의 아내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부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런데도
요즘 부부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구나.....
이번 등산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건강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하나 얻고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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