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006 이상문학상 대상 작품(정미경'밤이여, 나뉘어라')

푸른비3 2006. 7. 13. 08:21

'밤이여, 나뉘어라'

마치 성경속의 천지창조 첫 머리에 나오는 글귀처럼

시작하는 이 제목은,

북구에 망명중이던 유대시인 넬리 작스의 시에

독일에서 평생을 살다간 윤이상이 곡을 붙여,

불멸의 음악 시극을 남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윤이상의 음악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그의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은 20년 전서 부터였다.

그때 지방의 작은 도시의 레코드 가게에서 그의 음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토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교향곡2,3번을 어렵게 구하여 들어 보았을 적의

그 생경함, 이질감은 오래동안 의문을 던져 주었다.

 

동양의 5음 화음과 불협화음을 사용하여 훌륭한 곡을 만들었다고

유럽에서는 격찬하였지만, 오랫동안 협화음에만

길들여진 내 귀에는 생소하기만 하였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의 음악제가 통영에서 열릴 정도로

인정을 받는 그의 음악 '밤이여, 나뉘어라'를 들어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하겟다는 생각을 이 작품을 읽은 후의 느낌이다.

(음악 애호가라고 스스로 자처하면서, 사실 이런 곡의 제목이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 였으니...)

 

              *     *    *

라이벌이란 어원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강변의 양안을 달리는 자'

에서 가져 왔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아왔던 P는 바로 나의 라이벌이엇다.

또한 P는 내안의 불꽃이었다고 화자인 나는 처음과 끝에 말한다.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듯한 P는 항상 나의 욕망이자 덫이었다.

항상 그의 뒤만 따라야 했던 나는 그에게 나자신의 영광을 보여주기 위해

독일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하였다.

 

그러나 P는 역시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달아나 버린 셈이다.

의사 의 직업에서 영화감독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 나에게

그는 영화는 삶의 표면마능 보여 줄뿐이며,

삶의 그림자일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만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하여

날카로운, 그러면서 정곡을 찌르는 평을 한다.

"무언가를 굳이 말하려 하지말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려서

그 무언가를 떠 오르게 해봐..."라고.

 

그러면서 그는 신의 영역인 영혼의 면역학에 도전한다.

'러브피아'라는 사랑의묘약에 발명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사랑의 비극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사랑의 비동시성. 비 동분량, 비 지속성을 없애주는 사랑의 묘약.

그것은 바로 우울증의 치료해주는 프로작, 불면증 치료제처럼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능력을 믿고 있었기에 그에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결국 그가 지금은 모든 가산을 연구비라는 명목으로

다 탕진하고, 지금은 다 낡아빠진 고물차를 굴리는 알콜 중독자로

변신한 것을 보고 절망에 빠진다.

P는 바로 나의 인생의 네비게이션이고, 쫓아가야 할 무지개였으므로.

 

나의 첫사랑이었던  P의 아내M.

이제는 그 마돈나밖에 나에게 안겨 줄게 없다는 P의 뺨을 갈기고

나는 그에게서 도망치듯 호텔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를 만나기 이전의 幻의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幻. 모든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다하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    *    *

글속의 그림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사춘기'는

나도 좋아하고 도록에서 보았던 그림이다.

이 책의 제목을 어쩌면 '절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글 구석구석에서 '절규'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원화와 프린트의 차이를 그림자의 유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림자는 빛의 반대편이면서

그 빛이 없으면 절대 생길 수 없는 것 아닌가?

 

글속의 배경 '운자 크레보'에는 그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백야의 도시이다.

그래서 작품속의 천국을 옮겨 온 듯하다는 화자의 말에

M은 오히려 혼탁한 공기와 혼란이 있는 서울이 그립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은 그 혼탁함 속에서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희망을 갖고 사는 존재라는 것을

작가는 나에게 말하고 싶어 한 것일까?

 

   *    *    *

작가 정미경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산태생이고

이곳에서 여고까지 다녔던 동향인이기에

더욱 친근감을 가지고 이 작품을 읽었다.

그녀의  작품속의 은유와 암시에 나는 그저 손뼉을 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