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들 이야기

푸른비3 2006. 4. 29. 07:08

요즘은 아들 걱정으로 잠을 설친다.

나는 결혼이 늦어 자연히 아들 군대도 늦게야 입대하였다.

친구들 아들들은 어느날 군대간다고 하는 소식 들었는가 하면

어느새 제대하여 온다고 하여, 남의 일이라 그렇게 빠른가?

하였는데, 내 아들 일이 되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여겨진다.

아들은 군입대하는 걸 두려워 하여

입영통지서를 받고 연기 신청을 하여 내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하였다.

게으른 성격을 군대에 가서 실컨 고생을 하여

좀 성실한 사람으로 변모하여 오기를 내심 바랬는데.....

 

또래 친구엄마를 만나면, 모두 언제 군대 갈꺼냐고 걱정하여

아들만 보면, 어서 군대에 가라고 짜증을 부렸다.

집안 어질러 놓는 걸 보아도,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걸 보아도

제발 군대 좀 가거라~하고 신경질을 있는대로 부렸다.

나중에는 학교까지 휴학을 내어 놓고

집에서만 지내는 아들에게 취직을 하여 독립해라고 까지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아도 계모도 이러지 않겠네... 할 정도였다.

자연히 용돈도 주지 않아, 나 모르게 제 아빠에게 눈치를

보아가며 조금씩 타쓰는 것 같았지만, 모른척 하였다.

 

그런 아들을 지난해 9월 군대에 보내놓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늦잠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속시원할 것 같앗는데, 그놈의 자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나 가슴 한켠이 빈듯 하였는지....

화장실 정리 하지 않아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잔소리 할 것 없어 허전하기만 하였다.

밤늦도록 컴을 하지 않으니 전기료도 무려 50키로나 줄어 들었다.

저녁이면, 아들이 치는 '로망스'  '루이스 호수'가 듣고 싶어

아들아, 지금 무엇하니? 하고 중얼거렸다.

 

훈련소에 있을적에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써 보낸다고 하였더니,

친구들은 엄마의 편지는 별로 반갑지 않으니

너무 그렇게 부지런 떨지 말라고 흉보기도 하였다.

 

그런 아들이 자대 배치받고, 100일 휴가받고 귀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다는 전화가 왔었다.

경기도 여주에 있으니, 가까이 살고 있는 여동생부부에게

한번 가 보아라고 하였다.

심장에 물이 채였다고 하여 심장이면

아주 위험한 부위가 아닌가하여

서울 아산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보도록 해라고 하였다.

 

검사 받아놓고 며칠후 부대로 면회를 갔더니

아들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어서 안심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여

결국 청평 국군병원으로 이송하였다.

그러고도 몇번이나 서울을 왕래하면서

검진을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볼까? 하였지만 가서 얼굴 보면 무엇하랴?

하고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하느님께 기도 열심히 해라고

자주 전화만 하고, 곧 부대로 돌아 오겠지...하면서

편지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공이 풀려 안과에 가야겠다고 하엿다.

이놈이 자꾸 박으로 나오는 재미를 붙였구나.

나오면 이모가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사주지

사촌이랑 어울려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이런 재미로 자꾸 나오는 것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며칠전 안약을 넣어도 눈의 동공이 조절되지 않아

MRI를 찍어 보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 비싼것을 왜?

넌 아마도 군대 생활 적응이 되지 않아

신경성일꺼야. 그냥 그곳에서 좀 더 견뎌봐.

그리고 휴가 나와서 마음 편하게 이곳에서

검사 받아 보게, 휴가 신청이나 해라고 하였다.

덧붙여, 이번에 너의 검사비로 벌써 50만원이나

들어가 엄마 돈없어 죽겠다....어쩌고

하면서 죽는 소리를 하였다.

 

안과 의사가 신청한 MRI를, 아들은 내 말을 듣고

취소하였다고 하였다.

그래, 좀 기다려 보자.

제발 마음 편하게 먹고.....

다른 사람들 다 잘 견뎌내는 군대 생활,

넌 왜 이렇게 엄마속을 태우니... 이런 싫은 소리나 하면서.

 

그런데 꿈속에서 아들이 머리에 붕대인지 모자를 쓴 모습을 보았다.

그꿈을 꾸고 난후부터 마음이 불안해졌다.

담당 군의관에게 어떤 상태인지 문의 해 보려고 하였지만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어제야  군의관과 통화를 하였고, 눈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빨리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하였다.

 

사실이 그렇다면 아들의 입을 통하지 않고

직접 부모에게 연락을 해 주었으면, 예약한대로

검사를 받앗을 것 아닌가?

원망도 되었고, 자신의 아들을 믿지 못한 내가 한없이 미웠다.

 

엄마가 예약 취소하라는 말을 듣고

아들은 얼마나 마음이 안됐을까?

그러잖아도 엄청난 검사비를 알고 망설였던 모양이었다.

아들도 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잘 되겠지 하였다고 한다.

 

이 놈아, 그래도 니가 정말 그렇다고

엄마에게 강하게 주장을 하지....

엄마는 너가 자꾸 핑게를 대고 부대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줄 알았지

정말  니가 심각한 줄 몰랐어.

미안해, 아들아.

넌 정말 순하고 착한 내 아들이었구나.

이 미련하고 자격없는 엄마를 용서 해줘.

 

다시 예약을 잡으려고 하였으나

일정이 비어있지 않아 한없이 뒤로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저곳 앞면을 앞세워

가장 빨리 잡은 날짜가 5월4일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사흘 연휴에 들어가니 더 그런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다고 한숨을 놓았다.

 

한밤중에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하느님께 기도드렸다.

나의 모든 죄와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아들에게 건강을 되돌려 주십사하고

엎드려 기도하였다.

내 눈에서 눈물이 줄을 지어 흘려 내렸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창회모임  (0) 2006.05.04
베란다의 꽃  (0) 2006.05.04
산수유 야외 스케치  (0) 2006.04.03
집근처의 봄이 내려오는 소리들으려....  (0) 2006.03.27
봄의 길목에서  (0) 200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