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푸른비3 2006. 3. 10. 18:56

첫만남부터 재회, 그리고 헤어짐에 이를 때까지 에니스와 잭의 사랑은 절대 순탄하지 않다. 이들이 처음 만난 1960년대 초반은 매카시즘의 끝물인 흉흉한 보수주의의 시대며, 끝 부분은 레이거노믹스의 ‘신보수’가 지배하던 1980년대 초다. 두 시기 모두 남과 다르다는 이유가 충분한 박해의 원인이 되던 때라는 말이다. 게다가 이들의 직업은 미국 마쵸 남성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카우보이가 아닌가. 에니스와 잭은 그들에게 요구되는 ‘과도한 남성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탓에, 브로크백에서의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 직전에는 항상 ‘폭력’이 수반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두 남자의 20여 년에 걸친, 사회적 금기와 성적인 욕구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줄타기다.

충분히 절절한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소재의 영화지만, 이안은 언제나처럼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절제된 화면, 절제된 대사, 절제된 연기, 절제된 음악 등 <브로크백 마운틴>은 말 그대로 ‘절제’의 영화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두 연인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 호흡은 한 마디로 끝내주는 수준이다. '오시' 히스 레저는 무뚝뚝하고 우유부단하지만 남성적인 터프함이 돋보이는 에니스 역할에 딱이며, 미국 뉴욕 출신의 제이크 질렌할은 자신의 욕구 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이를 표현하고 행동하는 잭 역할에 기존 반항아 이미지를 완벽하게 끼워 맞춘다.

 

 

 

난  처음 시놉스를 대충 읽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어쩌구 하기에

결혼한 남녀간의 금기된 사랑 이야기인가? 하였다.

몇년전 영화 '콜드 마운틴'을 연상하면서....

첫장면부터 넓은 초원과 만년설을 이고있는 브로크백 마운틴에 압도당하여

감탄은 절로 쏟아져 나왔다.

하늘에 뭉글웅글 피어 오르는 하얀 구름은 우리나라처럼

산으로 시야가 가려진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푸른 색과 대조를 이루는 하얀 양떼들, 짙은 녹색의 숲, 그리고 맑은 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계곡이 나의 시야를 빨아들이는 듯 하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참 나에게 어려운 주제였다.

그만큼 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사랑이라면 당연히 남녀간의 사랑만 생각하였으니.....

어쩌면 처음의 그 육채적인 결합은 어느정도 나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활창 청춘의 피가 끓는 젊은이둘이

아무도 없이 양들과 지내는 생활이 얼마나 외로웠기에, 서로의 몸이 닿기를

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엄마인 내가 사랑하는 딸과 입술을 마추고 껴안고 하듯이.

그러나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결혼하여 아내와 자녀가 있음에도

또다른 동성간의 사랑을 추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남자들끼리의 섹스도 저게 과연 가능할까? 의심스럽게 화면을 바라보았다.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들의 만남은 계속되었지만,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에니스'의 아내 '델마'(?)의 고통은 참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그장면을 목격하였다면 난 과연 어떤 감정상태가 될까?

나중에는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지만, 이혼은 또다른 아픔을 낳았다.

그들의 두딸은 재혼한 새아버지밑에서 양육되었고, 나중에 새아버지의

혈육이 태어나고 난후 그 딸들의 위치가 참 난처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혼자서 방목을 하며 살고있는 친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딸.

그러나 '에니스'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거절해 버린다.

 

둘은 20년의 긴세월속에서도 만남이 계속 이어졌는데,

'잭'에게 보낸 우편물이 수취인 사망이라는 도장이 찍혀 다시 에니스에게 돌아왔다.

사고로 겨우 40년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진 그의 집으로 찾아간 '에니스'

그의 장롱안에 코피가 묻은 20년전의 자신의셔츠와 쟈킷이 소중하게

보관된 모습을 발견하는 '에니스'

그와 함께 여름한철 방목하였던 영원히 잊지못할 고향과 같은 '브로크백 마운틴'에

그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갈 것이다.

 

아무튼 난 동성연애를 이해할 수 없기에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동성끼리의 사랑도

아름답게 보인 것만은 사실이고, 그들의 아픔도 함께 나누어야 할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얼마전 아카데미상에서 밀려난 영화이지만

주위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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