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은 1960년 강릉 출신의 야무진 작가다.
내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읽은게 아마도 '세월'이라는
자전 소설이었을 것이다.
지금 기억으로 그녀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공부를
하였던 것 같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어린 시절, 학창시절을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살지 않았을까? 추측을 하게 한다.
이제 김형경 그녀도 어느덧 50을 눈앞에 둔 나이가 되었으니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서로 화해를 하였을 것이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가 그녀에 대해서 잘 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또 나는 소설가 은희경과 자주 김형경의 작품을 혼돈해서
생각할때가 많다.
사진으로 보았던 은희경과는 영 다른 얼굴인데
왜 자꾸 혼동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게 된 '성에'는 제목에서 부터 헷갈린다.
무슨 뜻일까?
창문같은 곳에 끼는 불투명한 얼음막?
아니면 性에게 라는 뜻일까?
소설속에서 우리 인간이 만든 영원한 스테리 셀러
그것은 유토피아와 사랑이라고 하였다.
이 소설은 그 둘을 다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속의 등장인물은 연희와 세중.
두사람을 통하여 또 다른 세 인물이 등장한다.
일종의 액자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귀순자인 남자와, 자연과의 동화를 꿈꾸는 여자,
그리고 스위트홈과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내.
세중과 연희의 갑작스러운 동해 여행으로 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폭설.
그 폭설 속에서 외부와 차단된채꼬박 7일을 그 속에서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을 체험을 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떠난 동해여행.
그곳에서 연희는 카섹스를 하는 남녀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남자와 눈이 마주침으로써 그 남자와 섹스를 하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이 소설의 끝까지 화두는 바로 그 첫장면의 연장인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동물과 같이 유한한 존재를 극복하고 싶어
끝없이 종족보존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소설의 화자는 연희와 귀순한 남자의 일기로 채워져 있으면서
둘의 시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참나무, 박새, 청설모, 심지어 바람까지 화자로 만들어
풀어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때로 작가는 프로이드,바타이유,마르쿠제 같은 서양의 정신분석학자의
이론들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내용을 펼쳐 놓아
그런 어려운 공부를 해 보지 못한 날 아둔하게 만든 부분도 많이 있었다.
폭설이 덮힌 곳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두 남녀앞에 나타난 세구의 사체.
엽기적인 그 내용을 그녀는 세세하고 치밀하게 펼쳐 보이고 있었다.
시체를 보고 왕성하게 생기는 성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곁에 사체를 들고 점멸할 것 같은 희열을 느끼는 그런 감정을
나는 아직 체험해 보지 못해 모르겠다.
오직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성을 통해서만 확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일까?
무한한 바람은 오히려 유한 한 것들을 부러워 하였다.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저주가 될 것 같다.
유한한 생명을 가졌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박새는 인간만이 일부일처제의 규율을 만들어 놓고
그 긴장감을 없애지 못하여 강박관념에 있는 인간을 우스워 한다.
동물들은 항상 본능에 충실하여 더 나은 정자, 혹은 더 나은 난자를 찾아
종족을 보존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동물들에게는 인간과 같은 가정, 가족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일까?
우리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그기에 있다고 주장하고 싶으면서도
때로는 일탈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글속의 연희는 12년의 세울이 흐른뒤 다시 만난 세중에게서
다시 처음의 그 감정과 본능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둘 다 가정이 있는 처지이기에,
종족보존의 본능도 아니고, 월급봉투를 챙길 수 있는 경제적인 이유도
없음에 서로 등을 돌린채 엉거주춤한 자세한 옷을 챙겨입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그 유토피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게 나약한 우리 인간들일까?
참 어려운 주제를 다룬 소설이기에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동안 망치에 얻어맞은듯
멍~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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