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다시 읽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푸른비3 2024. 12. 27. 09:43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창비 (2007. 10. 30 초판 1쇄.  2024. 11. 18. 개정판 65쇄 발행)

(2024. 12. 21~ 26)

 

2014년 가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여 장안의 화제가 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가장 널리 알려진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이 책은 2016년 영국의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여 서점가의 화제가 되었고,

나도 그에 편승하여 지인에게 빌려서 읽었는데,

그 당시에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었고

조금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라는 생각과 

3편의 연작 중 <몽고 반점>이 꽤 오래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타이틀이 <채식주의자>이지만 이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편의 중편이면서도 한 권의 연작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나(영혜의 남편)  몽고반점은 그(민호:영혜의 형부), 

나무 불꽃은 그녀(영혜의 언니) 등 3편의 화자는 각각 달랐지만,

전체의 주인공은 육식을 거부한 영혜였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어느 날, 꿈을 꾼 새벽,

갑자기 냉장고 안의 고기를 다 끄집어내어 쓰레기통에 버렸으며

가죽 제품인 구두 대신 천으로 만든 운동화만 신었으며

남편인 나에게 잠자리도 거부하고 나날이 여위어 갔다.

 

견디다 못한 나는 아내의 친정 식구의 도움을 청하였고,

처형의 집들이날, 지방에서 상경한 친정의 가족들이

아내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하였으나

아내는 스스로 손목을 그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줄거리였다.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인 그(민호)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특별한 직업도 없이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인혜)에게 기대어 살며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해 고심하던 중, 우연히 처제의 엉덩이에

아직 남아 있다는 몽고반점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자살소동을 벌인 후 혼자서 원룸에서 살고 있는 처제(영혜)를  설득하여

M의 작업실에서 처제의 나신에 활짝 핀 꽃을 그리는 모습을 작업하였고,

그 결과에 만족한 후 다시 후배 J의 도움으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려다

실패하고 자신의 온 몸에  그림을 그려 처제와 교합하는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의 제작이 미끼이지만 사실은 그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이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져 거의 아내와는 잠자리를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처제와의 관계로 그는 자신이 격렬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며

이전에는 느끼지 못하였던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만족한다.

 

영혜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형부와 섹스를 하고 난 후,

형부에게 피투성이의 얼굴이나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의 꿈을 꾼 후

육식을 거부하게 되었고, 늘 시달렸던 불면증을 이야기 하며

"이제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하고 깊이 잠든다.

 

촬영을 마친 후 영혜의 이불 속에서 잠들었던 그는

동생 영혜를 걱정하여 출근 전 반찬을 싸들고 온 아내에게 발견된다.

극도로 감정을 숨기는 아내는 두 사람이 모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며 구급차를 불러 두사람을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나무 불꽃은 그녀(인혜)는 동생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은 후 상담을 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였다가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하는 동생 영혜가 복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영혜는 언니에게 꿈에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 속으로 파고 들었어. 끝없이 끝없이.....(P216) 하며

음식은 필요없고 몸에 물을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신경성 거식증으로 더 이상 정신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결국 영혜는 일반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야만 하였다.

동생을 이송하는 구급차의 앞유리로 펼쳐지는 여름숲을 보며

비에 젖었던 모든 나뭇잎들이 다시 태어난 듯 반짝이고 있다고 하였다.

 

그녀는 덩굴처럼 알몸으로 얽혀 있던 두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것은 분명히 충격적인 영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인 것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그들의 몸짓은 흡사 사람에서

벗어나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p 264). 라고 쓰여 있었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슴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P268) ....이 소설의 끝 문장이었다.

 

책을 덮으며 한강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의 설정들.

 

어떤 이는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를 풀어내고

한 여성인물이 사회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을 묘사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억압에 대한 광기와 상처를 탐구해 눈길을 끈다.'고 하였다.

 

또 어떤이는 쓰레기 같은 소설이라고 하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반환하라고 시위를 하였다고 한다.

 

사람의 생각은 자유롭다.

어떤 생각을 하던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영혜의 남편, 아버지. 오빠. 형부 모두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교육을 받았고,

영혜의 어머니와 언니도 그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폭력에 동참하였으며 육식을 거부한 영혜를 존중하기보다는

무난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도록 종용하였다.

 

처음 이 책을 읽었던 시간(2016년)과는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 사회도 더 이상 가부장적이지 않으며

소수의 성이나 채식주의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실 겉으로는 성소수자와 채식주의자를 인정한다고 하면서

내 가족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까?

AI가 소설을 쓰는 미래의 소설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채식주의자 표지.

 

앞 날개의 작가 프로필.

 

출판 정보.

 

수록작품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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